☆3.체험 수기 ☆

*** 5 남쪽 별 ***

호국영인 2013. 12. 15. 12:46

※소백산 체험기※

 

974 년 11 월 4 일.

이날만큼은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는 날 입니다.

가을걷이와 겨울맞이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부산에 살고 있는 형님한테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날 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는 서울행 완행열차를 타고 천안역에 도착하여

부산행우등열차로 갈아타고 출발하였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들 그리고 처음 보는 경상도지방의 모습들을 감상하는 동안

열차는 부산역에 도착하였지요.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형님을 만나 집에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항구도시 부산은 생각보다 작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객지생활을 서울에서만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는 눈도 그만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형님 집에 머문지 삼일 째 되는 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형님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배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를 하였지요.

그때 형님은 특종미싱자수 숙련공으로 일을 하고 있었으며 서울에서 하다가대구로

내려왔고 또다시 부산까지 내려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다보니까 서로가 데리고 가려고 했던 것이겠지요.

나는 어떤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그동안 별로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만.

형님이 이야기하는 것이고 또 형님이 가르쳐 준다기에 배우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건 아니었지만 마음먹은 대로는 잘 안되는게 사실 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기술 쪽으로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을 많이 보았지요.

타고난 재주가 없어 더디게 익히고 있던 중인데 하루는 형님하고 잘 아시는 분이

같이 오셔서 자기 집에 일 좀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나는 아직은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이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시며 일만해주기를 원하시는 거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형님도 거절을 못하시고는 그 집에 가서 일을 해보라고 조금은

조심스런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일복이 많은 사람은 어디가나 일 밖에 모른다고 흔히들 하는 이야기가  저한테도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죠.

일단 한번 부딪쳐나 보자 생각하고 부산에서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곳 역시 옷을 만드는 가내공장이었고 일하는 분위기 또한 서울 누님집하고 비슷

했습니다.

내가하는 일은 만들어진 옷에다 수를 놓는 일이였지요.

서툰 솜씨로 시작은 했지만 빠르게 숙련공으로 인정을 받았고 나중에는 나를 찾는

사람들 도 많았지만 오르지 형님 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부산에서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바빴고 형님도 다니던 직장을 정리

하고 가내 공장을 만들게 되었지요.

처음 둘이서 시작한 공장은 날로 번창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수출물량까지 연결이

 되다보니 나는 밖에 일과 안에 일을 번갈아가며 볼 수밖에 없었지요.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이것저것 할일이 태산같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래처사람들과 밥한 그릇 술 한 잔하며 나누는 세상이야기 또한 공장에 일하는

사람들과 일을 마치고 마시는 술 한 잔이 사람과 사람 간에 정을 만들고 행복을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했고 또 여러 가지 일들도 해보았으니까 ...

이제는 형님 곁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형님한테 내가 구상한대로 이야기를 하니 나보고 생각을 잘했다면서 공장하고

가까운 곳에 점포를 얻어서 하도록 이야기가 잘 되었지요.

형님이 하는 자수는 특종이고 내가하려고 하는 자수는 일반자수이기 때문에

형님하고는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죠.

 

마침 공장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점포를 얻게 되었고 기계와 일할사람 등...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당장 일거리가 문제였습니다.

여기저기 아는 분들의 소개로 시장 일을 하게 되었지요.

혼자 왔다 갔다 하면서 바쁘게 움직여도 하루일이 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장사 하시는 분들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같이 외주를 받아 일을

하는 쪽은 너무 피곤합니다.

한마디로 계획 없이 주문에 따라 일을 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수 쪽보다 수출물량을 찾아야 덜 힘들고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지요.

우선 사업자등록부터 신청을 하고 명함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상호 는 성(星)남(南)자(刺)수(繡)

이렇게 신청을 하고 명함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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