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도 폭염·가뭄에 신음하는 인도...
두달간 400여명 사망
열사병 사망자 늘어…시민들,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최고 섭씨 51도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두 달 새 열사병과 탈수로 4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 팔로디 마을에서 인도 사상 최고 기온인 51℃가 관측됐다.
같은 날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 시 기온도 100년 만에 이 지역 최고인 48℃를 기록하는 등 인도 곳곳에서 연일 46℃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뉴델리 역시 지난 18일 수은주가 46.4℃를 가리켰다.
이 같은 더위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과 노숙자 등을 중심으로 열사병 사망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초순 45℃를 넘는 폭염이 시작된 남부 텔랑가나 주에서만 지난 두 달간 열사병과 탈수 등으로 300여 명이 사망했다.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열사병으로 지난 이틀간 9명이 사망했으며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주에서는 19일 20세 학생을 포함해 2명이 사망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폭염으로 4월부터 현재까지 인도 전역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더위 사망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전체적 발전센터(CHD)는 "지난 45일간 노숙자 377명이 사망했다"면서 "이들의 사망도 더위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자라트 주 공공보건재단의 딜립 파말란카르 박사도 "아메다바드 시에서는 하루 평균 100명이 사망하는데 48℃를 기록한 19일에는 130명이 사망했다"면서 열사병 등 직접적인 더위 질환이 아니더라도 노약자의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자스탄 주 둥가르푸르에서는 20일 나무에 매달려 사는 박쥐 300마리가 한꺼번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됐다. 현지 위생조사관은 "살갗이 얇은 박쥐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집단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부 히마찰 프라데시 주에서는 피르 판잘과 다울라다르 산맥 등의 3천m대 봉우리에 쌓인 눈이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빨리 녹았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더위뿐 아니라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은 주민의 고통을 한층 가중하고 있다.
뉴델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강수량이 예년 평균 5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7㎜에 불과하다.
인도 당국은 전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억3천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식수와 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에는 북부 하리아나 주 진드 지역의 니다나 마을에서 불가촉천민(달리트) 출신 청년 5명이 버려진 우물을 되살려 사용하고자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우물 내부에 가득한 유독가스를 들이마시고 사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이 같은 폭염·가뭄에 야외활동 자제 등을 촉구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D는 "델리 주 정부의 경우 겨울에는 노숙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만 여름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서 노숙자 쉼터에 냉방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하라슈트라 주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도 홍수 등 다른 재난과 마찬가지로 유가족들이 연방정부 구호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방에 요청하기로 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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