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질식시키는 인니 '헤이즈' 초비상..범인은 다국적기업
올해 피해, 역대 최악 2015년 수준
팜나무 심으려 방화..서울 5.4배 면적
인도네시아 국가방재청의 지난 20일 발표에 따르면 두 섬을 중심으로 총 3443곳에서 농장 개간용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면적의 약 5.4배 크기인 32만8000hark 소실됐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다. 화재가 확산되면서 대기오염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방재청에 따르면 대기오염 기준이 가장 나쁜 ‘위험’ 단계에 도달한 지역에서 생후 4개월 된 유아와 9살 소년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주민이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약 2만6000여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항공편 결항도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피해 지역의 29세 남성은 일본 아사히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두통과 열로 병원에 다녀왔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부 칼리만탄주에서 촬영된 동영상에선 자욱한 연기로 수십 미터 앞도 보이지 않고, 차량들이 라이트를 켠 채 저속 운전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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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총리 “인공강우 검토”
전문가들은 올해 피해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15년에 견줄 정도라고 한다. 엘니뇨 현상에 따른 건기의 장기화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헤이즈 피해는 국경은 물론 믈라카 해협을 넘어 말레이시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선 높이 451.9m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원가 희미하게 보였다고 한다. 은행원인 제인 왕(50)은 신문에 “매일 아침 ‘오늘은 헤이즈가 없기를’이라고 기도한다”며 “눈이나 목이 너무 건조해져 집과 백화점, 직장을 자가용으로 다닐 뿐 공원에도 가지 않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대기질이) 최근 3년 사이에 최악 수준”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시민들에게 장시간 실외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했다.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F-1 그랑프리 대회에선 관객용 마스크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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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등 해외기업도 방화 의뢰
헤이즈의 원인을 놓고는 인도네시아와 주변국들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자체적으로 방화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인도네시아 당국은 말레이시아 등 외국계 기업도 인도네시아에서 팜나무 농원을 만들기 위한 방화에 가담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피해가 장기화하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의 태도도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기업들이 국외에서 헤이즈를 발생시킬 경우 죄를 묻겠다”고 밝히며 관련법 개정 검토를 지시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인도네시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개국은 지난달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의에서 헤이즈 피해에 관해 협의하고 “내년까지 해결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그러나 국가를 초월한 실질적인 대책이나 규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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