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세월 지킨 할아버지 나무...
도심 개발에 비틀
<앵커>
마을마다 남아 있는 수백 년 묵은 큰 나무는 고장의 자랑이자, 이야기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온갖 풍상을 이기고 묵묵히 이 땅을 지켜온 할아버지 나무들을, 박수택 선임 기자가 찾아봤습니다.
<기자>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는 800년 세월을 지켜왔습니다.
영험한 모습만큼 사람들은 신비함을 느낍니다.
[윤경진/탐방객 :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무에 불이 난다, 그런 전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명륜동 문묘 경내에도 400살 넘은 은행나무가 우뚝합니다.
가지에 솟은 기둥이나 젖꼭지 모양 부분은 은행 거목의 특징으로 유주(乳株)라고 부릅니다.
아기 낳기나 젖이 잘 나오길 바라며 여인들이 빌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옵니다.
[김진성/탐방객 : 숙연한 마음도 있고 고마운 마음도 있고 감사한 마음도 있고 그래요.]
도심 개발지에선 거목도 팔다리 펴기가 힘듭니다.
줄기 생장부의 전기저항 킬로 옴 값을 재 봤습니다.
수치 높을수록 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문묘 은행이 4~7 사이인데, 도심 회현동 은행은 9~17로 2배 이상 높게 나왔습니다.
[손지원/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 : 나무가 생육하는 공간에 인위적인 시설물이 있고, 뿌리 생육이나 나무 생장에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거나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원효로 이 언덕 자리엔 천연기념물 백송이 500년 넘게 서 있었습니다.
주변에 건물이 들어차고 환경이 바뀌면서 13년 전 끝내 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서울의 보호수는 212그루, 전국으론 1만 3천600여 그루입니다.
수백 살 거목이 건강하면 지역의 자연, 문화, 역사도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정상보, VJ : 김형진, 영상편집 : 신호식)
박수택 기자ecopar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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