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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1월 귀국 예고...

호국영인 2016. 9. 17. 17:52

반기문, 1월 귀국 예고...

정치권 파장속 달아오른 대권 경쟁


"올게 왔나" 여야 잠룡 긴장…추석 직후 조기 레이스 가능성

與, 출마 기정사실화 분위기…경선흥행 카드 기대감 '솔솔'

野, 긴장속 견제 표면화…"출마 적절성 이견·나오면 철저 검증"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임형섭 배영경 이정현 현혜란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내년 1월초 귀국을 확정적으로 예고하면서 국내 정치권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돼온 반 총장이 구체적인 귀국 시기까지 밝힌 대목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미리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반 총장이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올해 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약 그가 연초부터 레이스에 합류한다면 대선 판도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존 여야 잠룡들의 행보도 눈에 띄게 빨라지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대선 레이스가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반 총장이 여권 성향 주자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긴장과 견제의 기류가 감지된다.

"성공한 유엔 사무총장으로 남길 바란다"며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고, 철저한 사전 검증을 다짐하며 경계 태세를 가동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가 만든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주장해온 친노(친노무현)계가 은근히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대목 역시 경계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세계의 대통령'까지 하고 국내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게 적절한지 많은 이견이 있을 것"이라며 "출마를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민생이 어렵고 남북 관계가 악화하고 국민이 분열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적합한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외교관 출신으로서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반대로 여권에서는 반 총장이 다소 부진한 여권의 대권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반응이 많다.

또 반 총장의 '1월 초 귀국' 발언을 대권 도전을 위한 확실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권에 도전하려는 행보로 보인다"면서 "국제감각이 있는 분이 나라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많더라"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도 사견을 전제로 "반 총장의 대권 행보가 기정사실로 된 것으로, 상당한 계획을 갖고 일을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 같다"면서 "늦어도 11월부터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반 총장 귀국 후에는 굉장히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은 "반 총장의 1월 귀국 발언은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면서 "이 발언을 계기로 여권에서도 잠재적 후보들이 많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권 잠룡들은 반 총장의 레이스 조기 합류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겉으론 조심스럽지만, 속내는 "크게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 많다. 어찌 됐든 여권 대선후보 경선의 주목도와 의미를 키워줄 '흥행 카드'라는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대부분 비박(비박근혜)계인 기존 여권 잠룡들은 '반기문 영입론'을 띄워온 친박계가 '불공정 경선'을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못 거두고 있기도 하다.

야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언급을 자제했다. 야권 내에서는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자리매김할 경우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 결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중도층 지지가 겹치면서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 출마시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반 총장의 파괴력을 일단 평가절하했다.

한 핵심인사는 "중도 지지층 파이가 커져 양극단이 쪼그라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반 총장이 '친박 후보'가 되면 겹치는 부분이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 주변에선 '충남 대망론'의 연장선 상에서 안 지사가 반 총장의 대항마로 부각,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내심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기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핵심인사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 본선 경쟁력 등에서 안 지사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