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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EU대사 "브렉시트, 최악의 순간..슬프다"

호국영인 2016. 6. 25. 09:33

주한 EU대사 "브렉시트,

최악의 순간...슬프다"


연합뉴스 단독인터뷰…"한·EU관계 단단, 회원국 수와 상관없어"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슬프다. 유럽 관련 기관에서의 제 오랜 경력 중 최악의 순간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에 대한 소감을 묻자 게하르트 사바틸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대번에 이같이 답했다.

사바틸 대사는 24일 서울 종로구의 주한 EU 대표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주요한 이유는 많은 서구, 심지어 미국에서도 퍼지고 있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라며 "정말로 위험한 상황 전개"라고 우려했다.

주한 EU대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게하르트 사바틸 주한 EU(유럽연합) 대사가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 EU 대표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대해 "유럽 대륙에서의 지정학적(geopolitical) 결정"이라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단합과 안정이 제일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한 EU대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게하르트 사바틸 주한 EU(유럽연합) 대사가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 EU 대표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대해 "유럽 대륙에서의 지정학적(geopolitical) 결정"이라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단합과 안정이 제일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충격에 휩싸인 주한 EU대표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영국에서 치러진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결과, 탈퇴 51.9%, 잔류 48.1%로 최종 집계됐다. 24일 오후 서울 신문로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앞에서 한 방문객이 회원 국기를 보고 있다.
<브렉시트> 충격에 휩싸인 주한 EU대표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영국에서 치러진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결과, 탈퇴 51.9%, 잔류 48.1%로 최종 집계됐다. 24일 오후 서울 신문로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앞에서 한 방문객이 회원 국기를 보고 있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지만, 브렉시트 이후 한·EU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가 쌓아온 단단한 관계는 영국이 있든 없든 지속할 것"이라고 거듭 자신했다.

-- 오늘 영국 국민투표 결과를 어떻게 보나.

▲ 슬프다. 유럽 관련 기관에서의 제 오랜 경력 중 최악의 순간이다. 도널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슬픈 심경이다. 실망스럽고, 사실은 예상 밖의 결정이다. EU에는 드라마틱한 신호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이다. 안정은 EU의 나머지 27개국이 단합되고, 영국 내에서도 찬반 투표자·세대·지역간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는 것이다.

-- 영국 국민이 왜 탈퇴를 선택했다고 보나.

▲ 정치는 기본적으로 늘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우리, 특히 영국 정부는 영국 유권자들에게 이런 결정이 어떤 여파를 불러올지 분명하게 인식시킬 수 없었다.

영국민들은 EU와 관계를 맺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많은 서구, 심지어 미국에서도 퍼지고 있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이다. 이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 전개다.

-- 브렉시트가 EU와 유럽의 미래에 미칠 여파는.

▲ 유럽 대륙에서의 지정학적(geopolitical) 결정이다. 유럽 지도자들이 미래와 다음 조치에 대해 조만간 심사숙고할 것이다. 투스크 의장이 이미 27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발표했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단합이다.

외교정책과 무역정책, 경제적 여파 측면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하는 영국의 도전이 훨씬 클 것이다.

--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일부 국가에는 그런 결과를 바라는 포퓰리스트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영국은 언제나 EU와 특수관계였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다른 회원국들이 브렉시트의 나쁜 결과, 문제가 나타나는 것을 목도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따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영국의 공백에 따른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필요성은. 재협상한다면 착수 시기는.

▲ 그 과정은 전적으로 영국에 달렸다.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언제 발동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얼마간 (탈퇴) 협상도 진행될 것이다. 그때가 돼서야 제3국 파트너들에 대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서두르고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한국과 EU는 아주 최근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할 때 FTA를 개정했다. 이제 영국이 EU를 떠날 때 다른 방향으로 개정을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내일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장래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제적 교역 관계에서도, 정치적 관계에서도 큰 여파는 예상하지 않는다.

한·EU 관계는 강력한 공통 이익과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15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회원국이 27개이건 28개이건 유효하다.

-- 브렉시트에 따른 한·EU FTA 개정은 어떻게 되나.

▲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며,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협상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나머지 27개국의 이익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27개국이라는 큰 시장에 대한 한국 수출업자들과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도 그대로다. 이 때문에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할 때 협정에 실질적인 내용 변화가 없었고 바꿔야 할 수치(figures)도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전은 한국이 영국과의 교역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라는 문제다.

-- EU 차원 대북제재에 영향은.

▲ 그런 측면에서의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다. EU 제재는 불과 지난주 시행됐고 노르웨이나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비(非)EU 국가들도 동참했다. 영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나머지 27개 회원국의 정책이나 결정에 함께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다.

-- 영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외교·군사적으로 EU의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유럽 안보 정책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문제이고, 영국은 나토의 일원으로 머문다. 영국은 EU의 안보·군사정책이나 유럽 군대의 해외파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EU 밖의 유럽의 일원으로서 영국도 장래 안보·군사정책에서 EU와 연계성을 유지할 것인지는 협상의 문제다. 노르웨이를 긍정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 EU는 회원국 탈퇴라는 초유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투스크 의장은 EU가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단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것이고, EU가 직면한 다른 도전의 맥락에서도 이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유럽 시민이 직면한 상황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이민(난민) 위기도 영국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해결해야 한다. EU가 60년 넘게 거둬온 위대한 성공이 하나의 사건으로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 한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EU 관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은 강력하고 확고하며, EU의 회원국 수에 달린 것이 아니다. 영국의 대(對)한국 교역은 한·EU 교역의 10%에 불과하다. 우리가 쌓아온 단단한 관계의 기반은 영국이 있든 없든 지속할 것이다.

브렉시트,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예상을 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전세계가 패닉 양상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대로 시장 전반이 영국의 EU 잔류를 예상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대 결과에 더 파장이 컸습니다.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시장의 특성상 이 변수는 세계 경제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도 세계 경제와 연동돼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오늘(24일) 주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급락한데서 알 수 있듯 금융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져 외국인 자금이 이탈돼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환율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금융 시장은 수치로 드러나니 그 영향을 일정 정도 가늠할 수 있는데, 산업에는 과연 얼마 만큼의 파급이 있을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영국과의 교역이 많지 않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부터 거시적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경우 그 여파가 우리한테 가져올 부분이 생각보다 클 것이란 의견까지 다양합니다. 
 

우리 산업계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요?
 
우선 영국에 진출해있는 기업들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트라 런던 무역관이 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31곳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1%가 영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관세율이 높아져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익 구조도 나빠질 것이란 이유입니다. 
 
영국이 EU 국가와 무관세 교역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그 영향이 무시하기 어렵고 EU 역내 금융 허브인 영국으로 모여들던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경우에도 부정적이라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와 영국의 교역에는 한-EU FTA 에 따른 특혜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데,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이런 특혜는 전부 없어집니다. 한국은 영국과 원점에서 FTA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겁니다. 물론 리스본 조약에 따라 2년의 유예 기간을 주기 때문에 그동안은 협정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결국 빠른 시간 내에 영국과 FTA 협상을 벌여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 영국 수출은 73억 9천만 달러로 전체의 1.4%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영국의 투자도 지난해 2억 6천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영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을 보면 선박 수출액이 25억 43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자동차와 반도체가 각각 15억1300만 달러, 5억 3700만 달러로 2,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절대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일단  전자·자동차·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계는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 앞으로 세계 산업계에 닥쳐올 변화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거시적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쳐 교역이 쪼그라들 경우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입니다.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LG는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는 않고 인근 폴란드에서 생산된 제품을 반입해 판매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EU와 FTA를 맺어 폴란드에서 생산된 제품이 무관세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판매량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유리한 측면도 있고 불리한 면도 있습니다. 유럽 경기가 둔화되면 유럽 자동차 시장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불리한데, 원 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 할때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현대기아차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현지 공장이 있는데 브렉시트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영국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원가엔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전세계 경제에 불확성이 확산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교역량이 줄면서 선박 수요는 물론 운임료도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브렉시트는 당장의 타격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산업과 수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함께 유예 기간이 끝난 후 영국과의 FTA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협상을 위한 통상 당국의 움직임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호선 기자hosu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