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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면?..이곳이 백야의 땅

호국영인 2016. 6. 20. 15:27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면?...

이곳이 백야의 땅...



■ 백야(White Night)

만일,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면 일상 생활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다소 불편할 것 같다. 잠들기 힘들어서...

백야 [white night, 白夜]란, 위도 약 48˚이상의 고위도 지방에서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몰과 일출 사이에 반영하는 태양 광선 때문에 희미하게 밝음이 계속된다. 북위 56도인 모스크바나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북위 60도)에서도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보통 밤 10시 넘어서 해가 져서 새벽 2시반쯤 해가 뜨니까, 그나마 4시간 정도는 밤이 존재하는 편이다. 빛에 예민한 사람들은 숙면을 취할 수가 없어서, 여름에는 두꺼운 커튼을 별도로 치기도 한다.
그런데,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1,967km에 위치한 무르만스크에서는 완벽한 백야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 무르만스크 지도)
(사진: 무르만스크 지도)

■ 북극권 최대 도시 '무르만스크'



북위 68°58′에 위치한 무르만스크는 인구 40만에, 북극권 내 가장 크고 중요한 부동항이 있는 북극권 최대 도시이다. 러시아내 최대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군사항 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열린 <유라시아-북극 항로 국제 세미나>에 참석차 무르만스크에 갔다가 완벽한 백야 현상을 목격했다. 여기서는 한밤중에도 해가 쨍쨍, 어둠이 존재하지 않았다. 밤 12시쯤 서쪽으로 기울던 해가 서산에 걸리는가 싶더니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밤이 없어지고 24시간 낮이 지속되니 사람들의 야외활동 시간이 대폭 늘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제일 신났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끼리끼리 어울려 공터에서 자전거 묘기를 부리고, 보드를 타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다니일은 "24시간 낮이 계속되니까 야외에서 놀기가 한층 더 쉬워졌다. 너무 편하다"라고 말했다.



공원에는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3살난 아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마리야는 "아이들은 초저녁에 일찍 잠재우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여름철 백야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데 잠자라고 강요하기 머해서 데리고 나왔다. 요즘엔 새벽 1시쯤 재워서 오후 1시까지 잠을 재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밤새워 술을 마신다던지 하면서 흥청망청 삶의 리듬을 깨는 것은 아니다. 호텔 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술집들은 밤 10시 이후에는 문을 닫았다.

무르만스크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백야 현상에 대부분 익숙해져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별다른 불편이 없다고...

■ 하루 종일 떠있는 해...숙면이 관건

그런데, 24시간 해가 떠 있으니 잠들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집집마다 두꺼운 커튼을 새로 달아야 한다. 겨울엔 얇은 커튼, 여름엔 두꺼운 커튼. 계절마다 다른 커튼을 교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러시아 남부 스타브로폴(카프카스 인접 지역) 지방에서 살다 9년 전에 무르만스크로 이사온 이리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고 했다. "이사온지 9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잠을 잘 못잔다. 내 딸도 마찬가지로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타찌아나 부부가 가장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백야 기간에 날이 길어지니 산책도 하고 좋죠. 나도 여기서 나서 자랐어요. 그런데, 이제 내 나이 40살이 넘으니 통상적으로 낮과 밤이 제대로 있는 지방으로 이사 가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무르만스크의 백야 현상은 5월말부터 7월말까지 3달 동안 지속된다. 그런가하면 12월초부터 1월초까지는 밤이 24시간 지속되는 '극야(極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르만스크는 연간 200일 이상 눈에 덮여 있는 지역으로 유난히 겨울이 춥고 길다. 하필 극과 극을 달려서 그렇긴 하지만, 어쩌면 백야 현상은 북극권 겨울에 대비하라는 일종의 '보상' 일지도 모른다. 어쨋튼, 무르만스크 사람들은 오늘도 밝고 따뜻한 여름 햇살을 마음껏 즐긴다.

[연관 자료]☞ [뉴스광장] 밤에도 해가 쨍쨍…‘백야’ 나라의 여름나기

하준수기자 (ha6666j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