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흑·백 편지
잡초에도 꽃은 핀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아 쉽게 눈에 띄지도 않고, 특별히 예쁘지도 않아 화단 같은 귀한 자리는 감히 꿈도 꾼 적이 없다. 어렵게 마당 한구석, 담벼락 아래 자리 잡은 녀석은 예초기 칼날, 할머니의 매서운 호미질을 피하기도 버겁다. 그저 눈에 띄지 않아 꺾이고 뽑히는 일 없이 후대를 위한 씨앗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잡초라도 마찬가지다. 작아서 안 보이고, 흔하다고 관심받지 못할 뿐이다.
고개 숙여 굽어보고, 천천히 살피면 비로소 잡초에도 예쁜 꽃이 있음을 안다. 우리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처럼 잡초 꽃 뒤에 흑과 백의 배경막을 댔더니 저마다 가진 고운 자태가 살아났다. 순백에 자리 잡은 지칭개 꽃은 수줍은 새신부 족두리처럼 화사하고, 검정 배경 앞에 선 냉이 꽃은 사슴같이 고귀한 자태를 뽐낸다.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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