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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된 수녀..과자를 왜 훔쳤을까?

호국영인 2016. 3. 18. 12:11

도둑이 된 수녀..과자를 왜 훔쳤을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합니다. 그리고 출소한 뒤 만난 사제의 자비심에 감명받아 방황을 끝내고 종교에 귀의해 완전한 영혼의 자유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죄인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성직자들의 전형적인 모델인데 그 성직자가 오히려 범죄자로 전락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지난 월요일 펜실베니아주 교외에 위치한 한 아웃렛 매장에 70대 여성이 나타납니다. 이 여성은 물건을 고르는 척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직원이 보이지 않자 수상한 행동을 합니다. 주변에서 쇼핑을 하던 한 여성이 직원에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여성이 물건을 훔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직원은 바로 여성을 쫓아갔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매장 안에 설치된 cctv에는 이 여성이 자신의 가방에 물건을 담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그녀가 타고 온 차량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차가 근처 수녀원에 소속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물건을 훔친 사람이 이 수녀원에 살고 있는 78살 페니노 수녀란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납니다.

페니노 수녀는 범행을 계획하고 가게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가게에서 쓰는 붉은 색 비닐봉지를 가방에 미리 넣어두었고 여기에 훔친 물건을 담았습니다. 가게 밖으로 나가려면 계산대를 지나 출구로 가야하는데,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페니노는 입구에서 기다리다 다른 고객이 들어올때 자동문이 열리자 이 곳을 통해 달아났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대단한 것을 훔치려고 수녀가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조사결과 페니노 수녀가 훔친 물건은 과자와 커피, 비누, 샴푸였습니다. 금액으로 따져보니 23달러 어치였습니다. 하지만 범죄는 범죄인만큼 페니노 수녀는 약식 기소됐습니다. 그녀가 유죄를 인정하면 벌금을 내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됩니다.

이번 사건이 현지 언론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녀가 도둑질을 했다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서부터 '인간성이 지옥에 떨어졌다'는 극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현지 언론들은 그녀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수녀원을 상대로 취재에 나섰지만 수녀원은 페니노 수녀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 순간의 실수였는지 도벽이 있었는지, 아니면 페니노가 고령이어서 정신적 질환을 앓아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노수녀의 절도 소식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김우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