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리 쓴소리

갈가리 찢긴 밀양.."아랫마을 부친상에도 안가"

호국영인 2013. 10. 7. 16:09

 

갈가리 찢긴 밀양.."아랫마을 부친상에도 안가"

 

현장 찬성파-반대파로…'정치 부재'가 낳은 희생양
마을간·이웃간·가족 안에서조차 '갈등' 넘어 '증오'로


 

 

평화로웠던 공동체는 갈기갈기 찢겼다. 가족처럼 지내온 마을과 마을 사이, 같은 마을의 이웃 간에, 심지어 한 가족 안에서조차, 갈등은 견해 차이를 넘어 증오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경남 밀양시 산외면에 있는 골안마을과 양리마을은 한마을이나 마찬가지였다. 송전탑 문제가 불거져 각각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기 전까지 말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윗마을'(골안)과 '아랫마을'(양리)로 불렀고, 두 곳을 묶어 '괴곡마을'이라고도 했다. "할매들 모여서 화투도 치고, 윷놀이도 하고, 얼마나 재미졌는지 몰라예. 지금은 영 '파이'라. 양리 사람들은 돈 벌러 밭에 가삐고, 우리는 데모하러 가고. 마을회관도 텅텅 비었어예. 서로 얼굴도 안 볼라카고, 마을 분위기가 으슥하지예." 지난 5일 만난 진아무개(84·여)씨는 골안마을에서 보낸 한평생을 '참 좋았다'고 기억하는 만큼 안타까움도 큰 듯했다.

이 마을 주민 박아무개씨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다면서 나이조차 밝히길 꺼렸다.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박씨는 "전에는 같이 관광버스 타고 놀러도 다니고 했는데, 올해는 (송전탑에 찬성하는) 양리 사람들만 따로 갔다. 양리에 있는 슈퍼에도 안 가고, 읍내까지 나가서 담배 몇 보루씩 사곤 한다. (양리마을에 사는) 아버지 친구분이 돌아가셨는데, 상가에도 안 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아무개(67)씨는 "윗마을, 아랫마을 사람들요? 서로 원수요, 원수"라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 찬성 쪽인 양리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50대 남성은 "나라에서 전기가 부족하다고 난린데, 송전탑 못 세우게 해서 전기 공급을 못 한다고 생각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열불이 날라칸다"면서 '윗마을'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밀양시 상동면 금산리에 있는 유산마을 주민들은 보상금 협의 여부를 두고 9월30일 투표를 벌였지만 반대 20표, 찬성 17표로 부결됐다. 한 주민은 "심지어 사촌지간에도 찬반으로 나뉘어서 의절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등 돌리게 만들었을까.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밀양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송전탑이 세워지거나 송전선이 지나가는 곳과 주거 공간의 거리"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양리 사람들은 송전탑이 들어서는 107번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멀기 때문에 심리적 위압감을 훨씬 덜 받는다. 다른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찬반 입장은 대부분 '현장과의 거리'로 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 국회서 뭔싸움하노? 진짜 싸움은 여기서 하는데…"
이 지역 인근에는 106·107·108번 등 모두 3개의 송전탑이 세워질 예정인데, 가장 가까운 107번 현장과 골안마을의 거리는 1㎞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16일 분신자살한 이치우(당시 74살)씨가 살았던 산외면 보라마을은 대부분의 가구가 송전탑 102번 현장에서 1㎞ 안에 들어 있어 상대적으로 반대론이 높다. 밀양의 지난 8년은 개인간의 갈등을, 정치의 부재가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킨 사례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부터 단체장·기초의원까지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구조에서 정책에 대한 합리적 토론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밀양 지역의 지지율은 69.4%로, 경남 지역 평균(63.1%)보다 높았다. 지역구(밀양·창녕) 국회의원 역시 새누리당 소속인 조해진 의원이다.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밀양시의회는 새누리당 소속 9명,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2명, 민주당 소속 1명으로 이뤄져 있다. 장병국 시의원(무소속)은 "이제는 구체적 보상 방안을 고민해야지, 갈등이 지금처럼 계속돼선 안 된다. 외부 세력들도 이를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역의 한 전기설비업체 대표와 건설사 이사를 맡고 있다.

특정정당 독식 구조에 '정치 부재'
지난 8년간 갈등과 증오만 키워
주민들 '정치권 조정' 기대도 안해
등산복 공무원들 움막앞 집결에
당뇨병 70대노인 눈물어린 호소
"내 이꼴 볼라꼬 죽을고비 넘었나"
'주민 63%, 송전탑 반대'로 나오자
일부언론 불순한 외부세력탓 돌려
농성 할머니 "내가 외부세력이가?"


지난 2일 공사가 재개된 이후 매일 주민들의 농성 현장을 찾고 있는 문정선 시의원(민주당)은 "송전탑 건설의 문제점을 아무리 제기해도, 시의회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밀양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밀양 사태는 결국 박근혜 정부, 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건설자본과 주민들의 싸움이다. 정치가 이 문제를 공론화·의제화해서 이 개발의 논리를 끊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결국은 정치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정치권을 통한 '제도적 조정'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지 않는 듯했다. 정치에 대한 질문을 꺼내면 대부분 외면하거나 말을 돌렸다. 단장면 바드리마을 주민인 최아무개(53)씨는 "정치인들 만날 국회에서 싸움만 안 카나? 진짜 싸움은 여기서 우리들끼리 하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송전탑 공사는 2008년 8월 착공 이래 10여차례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 왔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이어지는 송전탑 161기 건설 공사 가운데 69기가 들어서는 밀양을 제외하고 창녕·양산 구간은 모두 완공됐다. 52기 송전탑의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밀양은 다른 지역과 달리 지난해 1월 이치우씨가 분신자살하면서 거센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조환익 한전 사장이 공사 재개를 선언하면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불씨가 다시 지펴졌다. 2일부터 밀양 곳곳의 공사 현장에선 경찰과 한전 직원,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5일까지 모두 11명의 주민이 탈진과 타박상 등의 증상으로 입원했고, 6명은 여전히 입원해 있다. 5일 오전 9시께부터 단장면 미촌리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4공구)' 현장으로 등산복 차림의 밀양시 공무원 200여명이 집결했다.

 

경찰력을 사이에 두고 2차로 길 건너편에는 주민들이 임시로 지어놓은 비닐하우스 형태의 움막이 있다. "이 썩어질 놈들아, 가라! 세상에 이런 법이 어데가 있노!" 주민 우오택(73)씨는 등산복 차림의 공무원들을 향해 쇳소리 섞인 고함을 토해냈다. 당뇨병을 앓는 우씨는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두 손을 벌벌 떨며 사탕 하나를 까 입안에 넣고는, 그대로 선 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내가 세 번 수술받고 죽을 고비를 세 번 넘겼다. 이 꼴을 볼라꼬, 이런 꼴을 볼라꼬…."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이 차례로 현장에 집결하면서 이날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절망은 고스란히 남았다. "왜정 때부터 밀양에서 살았다"는 김아무개(83)씨는 "한전도 정부 아잉교. 제주 해군기지도 그렇게 반대운동을 했는데 결국 정부 마음대로였는데…. 정부가 하겠다는 걸 우예 막겠소. 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잡아 죽이고 하지는 못하니까 이렇게 움막에도 나오고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언론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여긴다. 밀양대책위가 지난 9월26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송전선이 관통할 예정인 4개 면(부북·상동·단장·산외) 주민 3476명 중 2207명(63%)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들끓는 현장 여론과 달리, 언론은 그동안 밀양의 갈등을 '소수의 주민과 불순한 외부 세력의 합작품' 정도로 치부해 왔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기도 안 찬다 아이가, 외부세력이라 안 카나? 내가 외부세력이가, 내가?" 한 주민은 가슴을 치며 되물었다. 4공구 움막에서 농성하던 한 주민(76·여)은 손에 들고 있던 보자기로 방송사 카메라를 내려치며 외쳤다. "끄지라, 더러븐 놈들아! 와 찍노? 와 찍느냔 말이다!"

~~~~~~~~~~~~~~~~~~~~~~~~~~~~~~~~~~~~~~~~~

 

※ 외국에는 테러와 화산폭발등 여러가지 고통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집안싸움으로 인해 아랫마을 부친상에도 가지

    않을 정도의 싸움이라면 우리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웃간에도 악다구니를 떠나 이제는 증오로 변하였다면 왜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지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의견을 좁혀야

    하는 것이며 지금의 현실이라도 자신들은 어차피 다 버리고 갈

    이몸둥이를 위하고자 하는 싸움이 아니겠는가.

 

    세상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몸둥이를 위하는 삶을 살고있기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진짜의 삶은 자신의 몸을

    위하는 삶이아닌 정신을 위하고 정신에 배를 불리는 것이 진짜의

    삶이라 여기며 그것이 다음세상 좋은 곳을 향하여가는 지름길이

    생각하여 이제라도 한발씩 양보하여 자신의 길이 더 급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마음으로 보는 뉴스의 한토막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