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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나비이름 유래기』

호국영인 2016. 2. 18. 09:50

『조선나비이름 유래기』

1947년 '조선나비이름유래기' 등

희귀 문헌 54종국립생물자원관 누리집에 17일부터 전자책 공개


석주명(1908~1950)은 한국 나비 248종에 이름을 붙인 나비학자다.

그는 나비 하나하나에 시골처녀나비·시가도귤빛나비 같은 우리말 이름을 부여했다. 시골처녀나비는 시골에 주로 나타나고 노랑저고리를 입은 처녀 같아서 지은 이름이다. 시가도귤빛나비는 날개 뒷면이 서울 시가지 지도(시가도)의 모습을 닮았고, 전체적으로 귤빛을 띄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전까지 나비 이름은 노랑나비·흰나비·범나비 정도밖에 없었다.

그는 일본어·한자·영어·라틴어·제주도방언과 에스토란토까지 섭렵한 언어학자이기도 했다. 그가 한국 나비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을 수 있었던 이유다.

석주명은 국립과학박물관 동물학부 부장을 지내던 중 6.25전쟁 중에 북한군으로 오해 받아 총을 맞아 요절했다. 그의 나이 42세때였다. 그는 죽기 3년 전인 1947년 『조선나비이름 유래기』라는 책을 남겼다. 그가 이름지은 나비 248종에 대해 이름의 유래를 일일이 밝힌 책이다. 이 책은 이제 희귀 문헌이 돼 국내에선 일부 전문가만 소장하고 있다.
『조선나비이름 유래기』과 한국 동식물에 대한 희귀 문헌 53권이 전자책으로 제작돼 일반에 공개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상배)은 "원로 생물학자 12명에게 기증받은 생물학 관련 귀중본 54권을 전자책 형태로 17일부터 누리집에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2007년 개관한 국립생물자원관은 현재까지 고(故) 전의식(전 한국식물연구회 회장), 이우철
(강원대 명예교수), 고(故) 김윤식(전 고려대 교수) 등 원로 생물학자 12명에게 단행본·별쇄본·학술지 1만 8000여 권을 기증받았다. 이중 저작재산권이 만료된 것을 이번에 전자책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누리집에 공개된 책 중엔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 中井猛之進)의 『플로라 코리아나』(Flora Koreana)도 포함됐다. 1909년과 1911년에 각각 1권과 2권이 나왔다. 한국 식물 1971종에 대한 정보가 수록돼 있다. 금강초롱꽃·자주꿩의다리·좀비비추 등 한국 고유종이 최초로 기록된 책이다. 나카이는 동경대 교수와 일본국립과학박물관장을 지냈다. 이 책의 원본 2권을 모두 소장하고 전자책으로 제작한 기관은 국립생물자원관이 유일하다.

이번에 제작된 전자책은 국립생물자원관 누리집(www.nibr.go.kr) 셍물다양성 이북(E-book) 코너에 공개된다.

권군상 국립생물자원관 운영관리과장은 "이번에 전자책으로 제작된 문헌은 일반 사용자가 저작권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이라며 "이번 문헌들이 자생생물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