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맞은 독립유공자·가족
[앵커]
오늘은 지금부터 95년 전 일제강점기 우리 조상들이 독립을 염원하며 만세를 외쳤던 3·1절입니다.
당시 독립을 위해 애쓴 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어떻게 3·1절을 맞이하고 있을까요?
한연희 기자가 이분들을 만나봤습니다.
일본군에 끌려갔다 목숨 걸고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한 이종열 지사.
독립을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0년 건국훈장을 받았습니다.
광복 이후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를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이종열, 독립유공자]
"왜놈들한테 군에 끌려가서 반세상 보냈지, 그렇게 나이 먹어서 기술도 없고 못 배웠으니 잘 살래야 잘 살 수가 없지."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 집안의 권영좌 할아버지 역시, 독립운동가의 가족으로 겪었던 고초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인터뷰:권영좌, 의병 권종해 손자]
"어디 가서 있으면 뒤따라오고... 친일파 족속들은 일본 사람보다 더 악랄했어요. 핍박하고, 불이익을 계속 받게 되는 거죠."
3·1운동 하면 떠오르는 인물, 유관순 열사의 하나 남은 조카 유장부 할아버지!
친일파 후손은 여전히 잘 사는데 독립유공자 가족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며 씁쓸해합니다.
[인터뷰:유장부, 유관순 열사 조카]
"한 사람만 되고 두 사람은 안 된다고 해서 (연금을) 못 받고 있습니다. 독립유공자 가족증은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것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유공자와 희생을 감수한 가족들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 분노와 아픔으로 3·1절을 맞고 있습니다.
95주년 3·1절..버려진 독립지사들의 묘비
지난 26일 찾아간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 거친 시멘트 길과 비포장도로를 따라 2.5㎞쯤 걸어 들어가자 두 동간 난 비석이 버려진 듯 놓여있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최측근 남파 박찬익 선생의 묘비다.
김영식 작가는 "이렇게 방치해 놓으면 누가 독립운동가의 묘비인 것을 알겠냐"며 "누가 가져가도 모를 일이다. 쓰레기인 줄 알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김 작가는 망우리묘역의 비명(碑銘)을 추적한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의 저자다.
묘비명은 시인 조지훈이 쓰고 당대 최고의 서예가 최중길 선생이 새겼다. 남파의 아들 박영준씨가 1964년 세운 것이다. 1993년 남파의 묘지를 서울 국립공원으로 이장하고 허묘(虛墓)와 묘비만 남았다.
김 작가는 "2008년 여름 책을 쓸 때만 해도 똑바로 세워져 있었는데 2009년 4월에 와보니 무너져 깨져 있었다"며 "한때 독립운동가가 묻혀 있었던 곳이고 묘비까지 남아있는데 아무런 관리도 없이 버려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남파는 일제 강점기 한인애국단과 한국독립당, 임시정부에서 활약하다 1949년 타계했다. 임종 당시 독립운동 동지들이 김구 선생이 묻힌 효창공원으로 모시겠다고 했으나 "조용히 흙으로 들어가겠다(無聲入土)"며 망우리 묘역에 묻혔다.
황평우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은 "망우리 독립운동가 묘터는 비록 유해는 다른 곳으로 이장됐다고 하더라도 그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며 "근대문화재로 지정해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동강나 버려진 독립 운동가들의 묘비
3·1절 95주년을 앞두고 찾아간 망우리공원에는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의 묘지와 묘 터가 국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독립운동가들이 묻혀 있는 만큼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 터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도산 선생은 생전 아들처럼 아꼈던 비서 유상규의 옆에 묻히고 싶다며 망우리묘역을 장지로 선택했다. 그러다 1973년 정부가 조성한 도산공원으로 이장됐다.
도산 선생의 묘 터는 최근까지도 덤불로 덮여 있던 것을 유상규 선생의 아들 유옹섭씨(80)가 정리했다. 유씨는 "봉분이 힘들다면 잔디라도 깔아놓고 도산 선생이 과거 이 자리에 묻혔었다는 안내문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산 선생의 장녀 안수산씨(99·여)는 2011년 중랑구 측에 "선친이 36년간 묻혀있던 곳을 돌볼 수 없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도산 선생의 묘터 관리를 당부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랑구는 망우리공원을 항일애국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예산규모(193억원)를 무리하게 책정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작가는 "비록 허묘이긴 하지만 도산 선생이 직접 자신이 묻힐 곳으로 고르고 실제로 36년간 묻혀 있던 의미 깊은 곳"이라며 "독립 운동가를 기린다는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체계적 관리 위한 법적 근거마련 필요
그러나 일부 묘역을 빼고는 누구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드문드문 춘파 서동일과 대향 이중섭, 해관 오긍선 등 17명의 묘 자리를 한꺼번에 그려놓은 종합팻말이 보이지만 제대로 찾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망우리공원을 수백차례 답사했다는 김 작가도 "'몇 번 전봇대에서 몇 m 간 다음 어디로 가라'는 식으로 밖에 길을 설명 못해준다"고 했다. 그는 "이정표를 세우는 작업은 공원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2012년 만해 한용운 선생을 포함한 7명의 묘지를 근대문화유산 '항일독립운동유공자 묘소' 문화재로 지정했지만 항일독립유공자 1급이 아닌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 묘지는 문화재로 지정돼있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망우리공원에서 역사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은 "망우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공동묘지만 떠올리지 독립지사들이 묻혀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시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망우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엮어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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