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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한 아들 빚 50만원 7년 걸려 갚은 할머니, 대륙이 울었다

호국영인 2019. 12. 17. 13:01

병사한 아들 빚 50만원 7년 걸려 갚은 할머니, 대륙이 울었다

      

신장병으로 숨진 아들이 2000위안 빚 남겨
며느리는 집 떠나고 8세 손녀만 남아
자신도 관절염 앓으며 식도에 병 생겼지만
닭 치고 귤과 고구마 심어 7년 만에 빚 갚아
돈이 주는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에겐 3000위안(약 50만원)이 그야말로 ‘껌값’에 해당하겠지만, 중국광시(廣西)장족(壯族)자치구에 사는 팔순 가까운 노인은 그만한 돈을 모으기 위해 무려 7년 세월을 필요로 했다.
천웨잉 할머니는 병사한 아들의 빚 50만원을 갚는데 7년이 걸렸다. [중국 신화망 캡처]
병든 아들이 남기고 떠난 빚을 갚기 위해 7년 동안 고군분투한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세밑 대륙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광시자치구천시(岑溪)시 리무(梨木)진의 한(漢)촌에 사는 올해 78세의 천웨잉(陳月英) 할머니다.

집안에 불행이 닥친 건 2010년 10월이었다. 아들 양창지에(楊昌杰)가 신장에 병이 생겼다. 치료를 위해 아들은 천시농촌상업은행의 리무지점에서 돈을 빌렸다. 그러나 2년 후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아들은 임종 전 어머니 천에게 아직 갚지 못한 은행 빚 2000위안이 있다고 밝혔고 어머니는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불행은 계속됐다. 며느리가 집을 나간 것이다. 당시 여덟 살 손녀를 두고서다.
3000위안이 넘는 아들 빚을 갚기 위해 돈을 꺼내는 천웨잉 할머니 주머니에선 100위안짜리 지폐는 9장일뿐 나머지는 10위안짜리 심지어 0.5위안인 5쟈오도 나와 은행 직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설상가상으로 자신 또한 관절염을 앓고 있어 몸이 성치 않던 천웨잉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걸 헤쳐가야 했다. 먹고 입는 걸 아끼는 건 기본이고 돈을 벌기 위해 닭과 오리를 치고 귤나무도 70그루를 심었다. 또 고구마도 심었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했으나 아들이 죽고 난 뒤엔 바로 빚을 갚을 수 없었다. 2013년과 2014년 이태 동안은 촌 간부에게 부탁해 은행에 돈을 꼭 갚을 것이란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돈이 조금 모이자 2015년 6월에 200위안, 2016년 9월에 다시 300위안을 갚았다. 그런데 2017년엔 식도에 병이 생기고 말았다. 병원에 가니 치료하는데 7만 위안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냥 촌에서 한약을 달여 마시는 길을 택했다.
병사한 아들 빚 50만원을 갚기 위해 팔순 가까운 천웨잉 할머니는 고구마를 심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래도 일은 계속했다. 마침내 지난 11월 말 마을에서 20km나 떨어진 은행을 직접 갈 수는 없고 대신 은행 직원을 불러 돈을 갚겠다고 했다. 이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은행 직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00위안짜리가 9장이고 나머지는 모두 20위안, 10위안, 5위안, 1위안짜리에 심지어 5쟈오(角, 0.5위안)도 있었다. 은행 빚을 이자까지 따져보니 3192위안이었는데 모두 갚을 돈은 됐다.

천웨잉은 “이렇게 오래 걸려 정말 미안합니다”라며 사과한 뒤 “오늘 밤엔 드디어 두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은 아들이 빌린 부채는 회수 불가능의 악성 부채라 생각했는데 할머니가 정말로 돈을 갚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은행은 성금 모으기에 나섰다. 빚의 세 배인 9300위안을 모아 전달했다. 신화사 등 중국 언론은 꿋꿋하게 약속을 지킨 할머니의 고매한 성품이 모두에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며 그의 여생이 평안하기를 빌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