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포르투갈·크로아·몬테네그로...
화마 덮친 남유럽·발칸반도(종합2보)
몬테네그로, 나토에 화재진압용 항공기 요청..크로아티아 제2도시 한때 위기
(로마·파리=연합뉴스) 현윤경 김용래 특파원 =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남프랑스 등 유럽의 남부 지역과 크로아티아와 몬테네그로 등 발칸반도에 불볕더위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곳곳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각국 소방당국은 이른바 '물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화재진압용 항공기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지만, 지중해 연안의 바람과 무더위로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이탈리아 남부와 중부 곳곳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산림과 휴양지, 도시 외곽에 주로 영향을 미치던 산불이 급기야는 수도 로마와 남부 중심 도시 나폴리 도심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7일(현지시간) 로마 서남부 관문인 오스티아 해안가에 있는 카스텔푸사노의 소나무 숲이 화염에 휩싸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날 화재로 로마시 남부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연기가 주변을 뒤덮으며 수십 가구가 대피하고, 로마 도심으로 통하는 대로인 크리스토포로 콜롬보와 해안 도로가 전면 차단됐다.
경찰은 불길이 소나무 숲의 각기 다른 3곳에서 시작된 것에 미뤄 이번 화재 역시 방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현장에서 휴지를 태우던 22세의 배관공 남성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당국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화재 대부분이 방화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방화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화재 현장을 방문해 "상황이 매우 심각해 로마시가 단독으로 이 같은 환경 재난에 맞설 수 없다"면서 주 정부와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도 해안에 위치해 아름다운 전망으로 유명한 포실리포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 녹지대의 가옥들이 불에 타고, 수십 가구가 긴급히 대피했다.
이 와중에 한 남성이 불길을 피해 자택 창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방송이 전했다.
평년보다 훨씬 더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까지 겹치며 이날 로마와 나폴리 이외에도 중부와 남부 일대에서 1천 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로마가 속한 라치오주에서 280건, 나폴리가 있는 캄파니아주에서 250건, 중부 토스카나주에서 150건, 남부 칼라브리아주와 풀리아 주에서 각각 110건과 100건의 화재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산불로 화산 분화를 방불케 하는 연기에 휩싸인 나폴리 인근의 베수비오 화산에서는 이날도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채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농민단체 콜디레티는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강수량에 남부 지역은 이따금 섭씨 40도까지 치솟으며 농경지와 산림이 완벽한 불쏘시개로 변모했다"며 산불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포르투갈에서도 또다시 중·북부지역 산간을 중심으로 곳곳에 대형 산불 일어났다. 대규모 산불로 64명이 희생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지난 16일 이른 아침 발생한 북부·중부 지방의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현재 3천여 명의 소방대가 투입돼 진압작전을 벌이고 있다.
화재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포르투갈 북부 알리호 지역으로 이 도시의 카를로스 마갈라에스 시장은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투입된 소방관들도 탈진 상태"라며 시에 재난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곳엔 현재 화재진압용 특수 항공기와 헬리콥터 등과 소방대 500여 명이 투입돼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알리호에서 100여㎞ 떨어진 망구알데 지역에서도 두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소방대가 투입됐다.
포르투갈의 이번 산불은 중부지역의 대규모 산불이 가까스로 진압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일어난 것이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중부지역 페드호가우 그한데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5일 만에 겨우 진압됐는데 이 화재로 64명이 숨지고 250여 명이 다쳤다.
프랑스 남부 니스 인근과 코르시카 섬 등에서도 낮 최고기온이 37∼38도에 이르는 무더위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휴양도시 니스에서 15㎞ 떨어진 숲에서는 17일 저녁 화재가 발생, 소방대가 투입돼 진압작전을 벌이고 있다.
발칸반도 서부의 크로아티아와 몬테네그로도 산불로 비상이 걸렸다.
크로아티아는 산불이 아드리아해 해변을 타고 확산하며 전날 제2도시 스플리트까지 화마가 바짝 접근,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소방대원들과 군인들이 가까스로 불길을 잡아 한숨을 돌렸다.
스플리트 주민들은 집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들과 합세해 진화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국은 이번 화재로 80명이 경상을 입고, 산림 4천5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에서도 아드리아해 연안의 루스티카 반도가 불길에 휩싸이며 해안마을 티바트에서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화재진화용 항공기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현지 국영TV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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