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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저장 '북극의 방주' 옆에 세계기록보관소 개관

호국영인 2017. 4. 6. 07:11

     씨앗 저장

     '북극의 방주' 옆에 세계기록보관소 개관


지구에 닥칠 재앙에 대비해 전 세계 씨앗 3분의 1을 보관하고 있는 ‘북극의 방주’에 새 이웃이 생겼다. 이번엔 인류의 먹거리가 아니라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도서관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더버지,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북극에서 1300㎞ 떨어진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 지난달 27일 북극 세계기록보관소(Arctic World Archive)가 문을 열었다. 보관소는 스발바르 롱이어비엔의 3호 폐탄광에 자리 잡았다. 영구 동토 150m 깊숙이 파들어간 폐탄광의 단단한 암반은 지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은 물론 핵공격으로부터도 기록을 지켜준다. 1925년 체결된 ‘스발바르 협약’은 이 섬에서 일체의 군사행동을 금지하고 있어, 전쟁의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여기서 1㎞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국제종자저장소는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과 노르웨이 정부가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운송비 외에 별도의 보관비용이 없다. 그러나 기록보관소는 민간기업이 운영해 유료다. 보관소는 노르웨이 디지털 기록 보관업체인 피클이 폐탄광을 관리하는 국영 광산업체 SNSK와 함께 운영한다. 피클 창업자 룬 비야케스트란드는 “영구 동토 깊은 곳은 늘 영하 5도에서 영하 10도 사이로 유지되고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기록을 보관하기에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각국의 헌법과 고전문학에서부터 최신 과학저널까지, 인류의 정신이 담긴 모든 자료를 이곳에 보관할 수 있다. 고문헌과 사료 같은 종이기록물은 물론 사진과 영상물도 보관된다. 피클은 3300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영구 기록보관 기술을 이용, 데이터를 특수감광필름에 QR코드 형태로 변환해 암호화한다.

필름에는 먼 훗날 꺼내볼 경우를 대비해 데이터 해독 방법을 담은 설명서가 포함돼 있다. 보관소 담당자 카트린느 톰슨은 “전용 스캐너 등을 이용해 언제든 바로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원을 요청하면 보관소 직원이 관련 필름을 찾아 데이터를 복구해 광섬유 케이블로 본사에 보낸다. 피클은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디지털 대사관”이라고 표현했다. 업체는 기록이 최소 500년에서 1000년까지 원 상태 그대로 보관된다고 설명한다.

보관소는 문을 열자마자 첫 손님을 받았다. 노르웨이, 브라질, 멕시코다. 브라질은 국가기록보관소에 있던 16~20세기 사료와 헌법 복사본, 수도 브라질리아를 담은 최초의 사진 등을 맡겼다. 멕시코도 헌법 복사본과 고지도, 잉카문명 기록 등을 맡겼다. 국가나 기업만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족사진, 일기장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기록도 보관해달라고 의뢰할 수 있다.

▶북극 세계 기록보관소(Arctic World Archive)위치 :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3호 폐탄광 운영 : 노르웨이 디지털 기록보관업체 피클, 국영 광산기업 SNSK 목적 : 귀중한 자료 영구 보관 보관방법 : 특수필름에 디지털·암호화, 온라인 열람 가능 보관기한 : 최소 1000년 이상, 영구 동토 속에서 강진, 홍수, 핵공격에도 견딤 의뢰 국가 : 노르웨이, 브라질, 멕시코 개소일 : 2017년 3월27일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