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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로 칭칭... 도시 나무의 운명

호국영인 2016. 12. 24. 02:20

[렌즈로보는세상]

전깃줄로 칭칭... 도시 나무의 운명


크리스마스다.
여느 때보다 불쑥 연말이 다가왔다.
아름다움을 지탱해야 하는 도시 나무의 운명이다.
계절 주기가 뒤틀린 나무의 봄은 얼마나 온전할까. 

크리스마스다. 주말마다 광장엔 촛불이 켜졌고 세상은 시나브로 바뀌고 있다. 분위기 탓일까. 여느 때보다 불쑥 연말이 다가왔다. 거리의 따스한 불빛을 눈에 담고 구세군 종소리에 귀 기울일 틈도 없이 말이다. 퇴근길 명동거리에서 만난 가로수는 유난히 비참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전선이 덕지덕지 감겨 표피는 잘 보이지 않았다. 

뱀처럼 휘감은 전구는 밤마다 나뭇가지를 따갑게 달굴 것이다. 식물에게 인공조명이 발산하는 빛과 열은 교란이다. 아름다움을 지탱해야 하는 도시 나무의 운명이다. 어쩌면 그들의 겨울은 여름보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계절 주기가 뒤틀린 나무의 봄은 얼마나 온전할까. 오늘도 뜨겁고도 눈부신 겨울밤을 버틴다.

하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