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3159명...
장수촌 괴산 "여든이면 경로당 막내유"
“우리 동네에서 여든 살이면 경로당 막내예유~. 칠십이면 할머니 소리도 못 들어요.”
25일 오후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대상동. 이 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노춘준(95) 할머니 얘기다. 대상동은 주민 140명 중 65세 이상이 58명(41.4%)이나 된다. 70대가 31명, 80대가 15명, 90대는 3명이다.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주민은 올해 102세인 이복순 할머니다. 80대인 아들·며느리와 함께 사는 이 할머니는 요즘도 집 텃밭에서 풀 뽑기 같은 일을 한다. 집 주변에 채소류와 도라지·더덕도 직접 심는다. 노 할머니는 이복순 할머니 다음으로 연장자다. 노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밭일을 할 순 없어도 음식도 직접 만들고 집안일도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마을이다 보니 70대 초·중반이라도 마을 경로당에서는 청년 수준이다. 김종숙(73) 할머니는 “산과 들이 많은 마을에 살다 보니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번잡하지 않은 곳에 사는 것도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괴산이 한국 최고 장수마을로 꼽혔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괴산에서 100세를 넘긴 장수노인은 14명이다. 괴산 인구는 약 3만3250명이다.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한 100세 이상 수는 42.1명이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다. 2위 경북 문경시(10만 명당 33.9명)를 10명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3위는 전남 장성군(31.1명)이고 충남 서천군(31명), 경남 남해군(29.0명), 강원 양양군(28.5명), 충북 영동군(28명), 전북 순창군(27.4명)이 뒤를 이었다.
영화 ‘곡성(哭聲)’으로 주목을 끈 전남 곡성군(26.7명)과 함께 보성군(25.9명)도 ‘10대 장수마을’에 들었다. 5년 전 조사 때 1위를 했던 전북 장수군은 이번에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광역시·도 단위에서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제주특별자치도(17.2명)다.통계청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하면서 100세 이상 고령자 분포를 따로 조사했더니 나온 결과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100세를 넘겨 산 고령자는 전국에서 3159명으로 조사됐다. 처음 3000명 선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2010년 1835명에서 1324명(72.2%) 늘었다. 10년 전(961명)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보건·의료 기술 발달, 식생활 수준 변화, 건강 관리 개선 등으로 95세 이상 고령자의 생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는 방문 면접 방식으로 이뤄진다. 100세 이상 어르신에게 통계청 조사원이 직접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가장 많은 39.4%가 절제된 식습관을 꼽았다. 다음은 규칙적인 생활(18.8%)과 낙천적인 성격(14.4%)이었다. 유전적 요인(14.2%)이란 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85세 이상 장수한 부모, 형제자매가 있다’(33.3%) 응답보다 ‘없다’란 답(62%)이 더 많았다. 금주·금연도 장수 요건이다. 100세 고령자 중 70% 이상이 평생 술과 담배를 입에 댄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층 앞으로 다가온 100세 장수 시대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100세가 넘는 고령자 가운데 73.2%가 만성질환(3개월 이상)을 갖고 있다. 이 중 제일 많은 39.9%(복수 응답)가 치매를 앓고 고혈압(28.6%), 골관절염(28%), 천식·기관지염(5.9%) 등의 순서로 병이 있었다. 노환 때문에 100세 이상 인구 중 43.1%가 노인요양원·요양병원 같은 노인시설에 머물고 있다. 시설 거주 비율이 2010년에 비해 23.9%포인트 급증했다. 나머지 52%는 자가(42.2%), 월세(4.4%), 전세(4.2%) 등 방식으로 일반 주택에 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고령자를 배려한 설비가 갖춰진 집은 5.9%에 불과했다.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기요양연구팀장은 “저소득·중산층에 해당하는 초고령자 인구가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은 매우 부족하다”며 “국민연금 수준으로도 거주할 수 있는 고령자 전문 주택·시설, 노인 전문 임대주택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괴산=최종권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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