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체육관에는 주차장이 두 곳 있습니다. 두 곳 가운데 한곳은 유달리 어둡습니다. 조명도 없고, 주차장 옆에 설치된 자원봉사 천막 불빛이 그나마 어둠을 밝히고 체육관 주변을 걸어다니다 보면, 주차장 한쪽에 어렴풋이 뒷모습이 보입니다. 손을 잡고 있는 듯한 실루엣만 보일 뿐, 얼굴도, 옷차림도 자세히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알았을 겁니다. 사방이 깜깜한 그 곳에서 또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는 실종자 가족들의 뒷모습이라는 걸 말입니다.
아들, 딸을 찾지 못한 어머니는 또 주저 앉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의 등을 쓸어내리며 마른 눈물을 삼킵니다. 다독이는 아버지도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체육관에서 울분을 토해내고, 울고, 지쳐 쓰러지고, 그래도 모자라 밤엔 아무도 없는 주차장 한 켠에서 또 한번 울고, 그리워하고 있고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또 하루가 흘러갑니다. 진도 체육관에서 취재하던 어느 날, 서너분의 아버님께서 지나가는 기자들을 불러세웠습니다. 앉아서 이야기나 들어보라고 말입니다.
살아야하니, 내 딸, 아들을 만나야하니 이제는 밥도 먹고 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미친거라고, 자식 새끼 바다 안에 넣어놓고 그래도 밥을 떠먹고 있다고, 이렇게 웃는 건, 이미 미쳐버린 상태니까 가능한 거라고 말입니다.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냐고,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더디기만 한 구조를 지켜보니 세금 내는 것조차 아깝다며 마른 얼굴을 손으로 쓸어 내렸습니다. 거칠어진 얼굴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아버지에겐 앞으로의 일상이 더 막막합니다. 여기선 다른 가족들과 함께여서, 허망한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돌아가서 아이의 방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방을 치워야할지, 이사라도 가야할지, 그래야 버틸 수 있을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늘로 간 녀석이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며 말을 더 이어가지 못하였고 그러다가 또 아내 생각이 드나 봅니다. " 애 엄마가 못 버틸 건데, 그거 생각하면 치워줘야하는데..."
아버지들 목에는 하나같이 아이들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실종자 가족과 외부인이 섞이면서, 이름표를 걸고 다니는 가족들이 생겼는데, 그 이름표에 아이의 증명사진까지 담긴겁니다. 차마 제대로 그 사진들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예쁘고, 잘 생겼고, 착하고,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그저 부끄럽고,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아버지를 빼닮은 딸 아이 사진을 보며, 한 아버지는 "정말 많이 닮았죠?"라며 긴 한숨을 내쉬기만 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길가를 지나다가 중고생을 보면, 울컥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이내 아버지들의 뒷모습, 충혈된 눈, 말라버린 얼굴이 또 떠오르고 실종자가 30여명 남은 지금, 그분들 가운데, 일부는 아이를 찾았을 것이고, 일부는 못찾아 체육관에 머물고 있을 겁니다. 어버이날이어서 그런지 아버지들의 얼굴이 더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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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같은 어버이날은 없다고 봅니다.
세월호의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그냥 앉아 있기가 미안합니다.
세상에 몇사람의 욕심에 의하여 생때같은 자식들을 바다에 수장을 하였으니
어느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그분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우리같이 아무 것도 모르고 사는 시골아줌마도 세월호의 선주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어쩌지 못하는 울분이 터지는 것을...
아이를 바다에서 구조를 못하고 있는 분들이야 말로도 다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체계도 잘못되었지만 선주가 잘못된 생각과 욕심을 갖고 있었
기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사는 이런세상에서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지?
주위에 사람들이 세월호의 부모님을 생각하여 카네이션을 달지않는 것만
보아도 다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세월호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님을 비롯하여 탑승했던 승객들의 부모님들도
마음은 아프지만 모두 힘내세요.
어른들이 잘 못하여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