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해전마을. 120가구 중 80가구가 배추농사를 짓는 곳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완주군 내 최대 배추 주산지답게 배추 하우스와 풍작을 이룬 배추들이 시야를 꽉 채웠다.이달 중순 김장철을 앞두고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지만 농민들은 울상이었다. 이석관씨(55)는 "이때쯤이면 중간상인들이 뻔질나게 들락거릴 텐데 조용하다"며 고개를 떨궜다.이씨는 올해 2만포기의 김장배추 농사를 지었다. 생산원가를 보장받고 수익을 남기려면 배추 한 포기당 60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산지 거래가격은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거래 자체가 끊어졌다고 이씨는 전했다.
전북 완주군 해전마을에서 33년째 배추농사를 지어온 이석관씨가 4일 폐기처분 위기에 놓인 배추들을 바라보고 있다.
|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배추파동의 원인은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전국 가을배추와 가을무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약 13%가 늘었다. 날씨까지 좋아 작황도 풍작이다. 지난 주말 전북지역에서 거래된 배추 소비가 구입가격은 포기당 평균 3240원으로 지난해보다 38%나 하락했다. 무값은 44% 폭락했다.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미리 헐값에 배추를 처분(밭떼기)하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다. 본격적인 배추 출하가 시작되는 중순 이후에는 가격이 더 폭락할 것이 뻔해 중간상인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박정수씨(57)는 "지난주 가격을 알아봤더니 포기당 250원이면 밭떼기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것도 사정하는 게 아니라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라며 "속이 상해 넘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협이 물량조절을 위해 배추 폐기에 나선다 해도 올해 배추를 갈아엎는 일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배추를 갈아엎는 이유는 두 가지다. 후속 작물을 준비해야 하고, 헐값에 넘기느니 폐기해 다른 농민들의 소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진수씨(62)는 "애지중지 키운 배추를 로터리를 쳐 갈아엎을 때마다 트랙터 위에서 눈물을 훔쳐야 했다"면서 "공짜로 주변에 주고 싶어도 소비를 위축시켜 농민들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폐기시키는 것"이라며 "가격이 비싸면 정부가 현장을 찾아와 물량 수급조절에 바쁘지만 폭락하면 관심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전북 김제시내에선 가을배추 1포기를 사면 1포기를 덤으로 주는 판촉행사까지 벌어졌다. 배추 값은 포기당 400원에 불과했으나 종자대라도 건지기 위해 벌인 농민들의 고육지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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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진솔의 마음을 이해할까.
농수산부장관.정부.사람...
저 진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누구의 잘못인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