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밑엔 페트병·비닐 난장판..새끼 거북은 그걸 먹고 죽었다
수중 르포- 직접 들어가 본 차귀도 바닷속
플라스틱·중금속 쓰레기 가득 차
도내 쓰레기에 중국·일본 쓰레기까지 밀려와
"바다거북, 먹이로 오인해 비닐 먹고 폐사"
총면적 0.16㎢인 차귀도는 오랫동안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금지돼 오다가 2011년 말부터 대중에게 개방됐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섬에 도착하자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각종 잠수 장비를 챙겼다. 차귀도 바다 밑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다. 이날 쓰레기 정화 작업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다이버들의 모임인 ‘문섬 47회’ 회원 9명이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보유한 기자 역시 제주 바닷속의 쓰레기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슈트를 입고 산소통을 맸다.
쓰레기로 난장판 된 차귀도 바닷속
깊이 들어갈수록 빛은 사라지고 뿌연 부유물들이 시야를 가려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10m쯤 아래로 내려가자 각종 쓰레기로 난장판이 된 바닥이 보였다. 산호와 뒤엉켜 있는 낚싯줄은 떼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중국 라면 봉지에 맥주캔까지 건져 올려
바닥에 쌓여 있는 납 봉돌은 워낙 무거워 일부만 건져 올릴 수 있었다. 다이버들이 손으로 일일이 쓰레기를 직접 주워와야 해 수거 작업은 더뎠지만 한 시간여 만에 200㎏이 넘는 쓰레기가 쌓였다.
20년 넘게 제주에서 다이빙해 온 김병일 문섬 47회 회장은 “10년 만에 차귀도에 왔는데 바다가 다 망가졌다”며 “바다 밑바닥과 바위틈에 납 봉돌이 어마어마하게 깔렸는데 이렇게 중금속에 오염된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들이 결국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자구리 바다에 축구장 2개 크기 쓰레기장
자연환경국민신탁과 문섬 47회 등이 해양 쓰레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의 자구리 바다 밑에도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플라스틱과 캔 등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페트병과 옷가지 등 각종 쓰레기가 오니와 뒤섞여 1m 두께로 쌓여 있었고, 이런 쓰레기 더미는 해안에서 남쪽으로 150m까지 길게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축구장 두 개보다 큰 약 2만㎡의 면적에서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기우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제주는 주요 해류의 길목에 있어 남해안과 중국·일본 등지에서 발생한 해양 쓰레기가 제주 해안으로 계속 유입된다”며 “해변에 카페가 급증하고, 낚시객과 관광객이 많아진 것도 해양 쓰레기가 급증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1만2000여t으로 전체 발생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태훈 제주도 수중·핀수영협회 회장은 “제주도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 업체의 작업 실적을 산정할 때 무게 기준으로 하다 보니 업체들은 무거운 어구 위주로 치운다"며 "가벼운 플라스틱·비닐 등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서 방류한 바다거북 폐사…비닐 가득 차
실제로 지난 1년간 국립생태원 등이 제주 앞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등 6마리를 부검한 결과, 몸속에서 비닐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지난해 9월 제주 중문에서 방사한 새끼 거북도 11일 만에 폐사된 채로 발견됐는데, 뱃속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이혜림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 연구원은 “바다거북은 해초나 해파리를 많이 먹는데 바다에서 비닐봉지가 떠다니면 해파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먹이로 착각해 장 내에서 다량의 쓰레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양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바다 쓰레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천권필 기자·최충일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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