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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쏟아부은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20만명 '사이버펑크'에 환호

호국영인 2019. 5. 5. 11:50

60억 쏟아부은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

20만명 '사이버펑크'에 환호...

       

4일 잠실 밤하늘 3만여 폭죽에 관람객 탄성 연발..안전요원만 1500명
오전부터 '명당' 인산인해.. "서울 대표 관광상품 가능성"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동행(同行)의 의미를 담은 ‘Go. Together!’ 불꽃축제가 열렸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사전불꽃행사는 석촌호수에 릴레이 불꽃을 설치해 핑크퐁, 트와이스, 퀸의 음악에 맞춰 10분 간격으로 3회 연출됐다.(롯데물산 제공) 2019.5.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외국에 불꽃놀이 보려고 관광 많이 가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보는 게 훨씬 더 괜찮네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생각에 자랑스러워요."

초등학교 동창들과 불꽃놀이를 본 송경희(57)씨는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4일 오후 8시부터 약 41분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진행됐다. 폭죽 총 3만여발이 잠실 하늘로 쏘아졌다. 41분간의 행사를 위해 총 60억원이 투입됐다.

미세먼지가 '보통'인 깨끗하고 따뜻한 날씨에 가족과 연인, 친구끼리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온 관람객이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인근에만 20만명이 몰렸다.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동행, GO. Together!'를 주제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2019.5.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어디가 가장 '명당'일까?…'역시' 석촌호수' or 서울 곳곳 '꿀 자리'

불꽃놀이 당일 오후가 되자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 '잠실 불꽃축제' 등의 키워드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불꽃이 잘 보이는 '명당'을 찾으려는 관람객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했다.

기자가 석촌호수에 도착한 오후 4시에는 이미 곳곳에 관람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불꽃놀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자(가명·65)씨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잠실에 모였는데 사람이 많아서 봤더니 불꽃놀이를 한다기에 구경하고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고 동창 5명과 함께 석촌호수공원에서 종이를 깔고 앉아 담소를 나눴다.

기자도 석촌호수 바로 옆에서 보려 했더니 안내요원 이유진(가명·20)씨가 기자를 제지했다. 기자가 있던 자리는 불꽃이 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새내기라는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관람객들을 안내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롯데물산은 안내 아르바이트 직원과 경호 인력을 비롯해 안전인력 총 1500여명을 배치했다. 이 씨는 "모두들 안전하고 즐겁게 안다치고 관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소망대로 이날 불꽃놀이는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됐다.

석촌호수 위 다리로 올라갔다. 불꽃놀이 시작이 3시간 남은 시각이었지만 난간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인도네시아인 삼봉(32)과 그의 친구는 전문가용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그는 "한국에 오면서 사진을 찍는 취미가 생겼다"며 "불꽃놀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이라 말했다.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롯데물산은 석촌호수 외에도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 잠실 한강공원, 광진교, 뚝섬유원지, 잠실대교 북단, 매봉산 팔각정, 아차산, 대모산 등도 불꽃이 잘 보이는 명당으로 추천했다. 또 현장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SKT 옥수수(oksusu)에서 5GX VR로도 생중계가 진행됐다.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동행, GO. Together!'를 주제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2019.5.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특이하네"…하늘이 아닌 마천루를 수놓은 화려한 불빛

해가 지자 석촌호수의 롯데월드에서 들려오던 함성이 잦아들고 어두워진 배경 속에서 롯데월드 놀이기구에 형형색색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석촌호수에 조명이 은은하게 비쳤다.

호수에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오후 8시가 되자 '펑' 하고 불꽃이 튀어 올랐다. 사전불꽃놀이가 시작되자 관람객들은 함성을 질렀다. 어두운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수 놓아진 불꽃이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사전불꽃놀이는 10분 간격으로 1분씩 진행됐다. '마법의 성' 모양의 롯데월드 놀이기구 위로 쏘아진 불꽃은 '신데렐라 성'의 무도회를 떠올리게 했다.

사전불꽃놀이가 동화같이 몽환적인 느낌이라면 어두운 하늘에 우뚝솟은 롯데월드타워에서 건물을 휘감듯이 불꽃을 쏘아대는 본 행사는 '사이버펑크'(SF의 한 장르로 마천루,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네온사인 등을 강조함)였다. 본 행사는 약 11분간 아리랑과 '라라랜드' OST 등에 맞춰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불꽃이 연출됐다.

올해는 롯데월드타워에서만 연출이 가능한 불꽃 패턴을 개발하고 불꽃 색상을 보강해 기존 흰색과 황금색 중심에서 빨강, 파랑, 초락, 보라, 주황 5가지를 추가해 화려함을 더했다. 불꽃쇼 전문가들이 발사 포인트 총 750여곳에 화약을 설치했다.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동행, GO. Together!'를 주제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2019.5.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기자가 가장 압권으로 꼽는 장면은 붉은 불꽃이 롯데월드타워 전체를 휘감을 때다. 강렬한 붉은 불꽃이 폭죽으로 생긴 연기에 스미고 석촌호수에 비치며 온 세상이 붉게 변했다. 디스토피아적인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가족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관람한 우나연(15)양은 "특이하고 신기한 불꽃놀이"라면서 "하늘이 아니라 건물에서 불꽃을 터뜨리는 것은 어디에서도 못 보는 것"이라며 "4시부터 기다렸는데 불꽃이 너무 이뻐서 기다린 피로가 싹 가셨다"며 감상평을 전했다.

이날 오전에 입사 시험을 치고 불꽃놀이를 보러 온 김예나(28)씨는 "시험을 망쳐서 우울했는데 불꽃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태어나서 처음 불꽃놀이를 본 4살 아이는 불꽃이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외국인 관람객도 많았다. 네팔인 어밋(29)은 2년 전에도 롯데월드 불꽃놀이를 봤다며 "이번 불꽃놀이 디자인이 패턴이 좀 더 많아 나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바허디르(26)는 "우즈베키스탄에는 이렇게(롯데월드타워처럼) 큰 건물이 아직 없는데 건물이 너무 예쁘고 멋있었다"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