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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빠른 '탈 것'들의 전쟁

호국영인 2019. 3. 31. 09:09

[Science토크]

지구상 가장 빠른 '탈 것'들의 전쟁

       

불붙은 블러드하운드·하이퍼루프 속도 경쟁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에 몰린 사람달. 위키미디어 제공.

해외 여행을 할 때 주로 타는 항공기의 순항 속도는 평균 시속 900km다. 소리의 속도를 나타내는 음속은 초당 340m로 보통 ‘마하’라는 단위를 쓴다. km로 환산하면 음속은 시속 1224km다. 음속을 돌파하는 전투기와는 달리 민간 항공기는 1마하의 속도를 내지 못한다. 

지구상에서 음속을 돌파하려면 ‘음속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음속 장벽(Sound Barrier)는 공기 중에서 음속의 속도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물리 현상으로 공기 파장으로 인한 충격이 생긴다. 이 음속 장벽을 극복해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내는 지상 ‘탈 것’의 경쟁이 올해 불붙을 전망이다. 

주인공은 시속 1000마일(1609km/h)을 돌파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와 진공 자기 부상 초고속 열차인 ‘하이퍼루프(Hyperloop)’다. 지난 2008년 영국서 시작된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제트 엔진과 로켓 기술을 결합해 음속보다 훨씬 빠른 시속 1600km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예산 문제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으나 영국 사업가 이안 워허스트가 후원자로 나서며 최근 도전을 재개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하이퍼루프는 지난달 26일 프랑스에서 시험 운행 트랙이 완공됐다. 하이퍼루프는 이론적으로 음속과 유사한 시속 1200km를 낼 수 있다.

● '기사회생' 블러드하운드, 올해 안으로 시속 1600km 도전

블러드하운드는 아직 가장 빠른 자동차가 아직 아니다. 가장 빠른 자동차는 1997년 1228km/h로 달리며 음속을 최초로 돌파한 ‘스러스트 SSC’다. 당시 운전자는 영국 공군 출신인 앤디 그린이다.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2008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많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상에서 바퀴를 단 자동차가 음속을 넘어 시속 1600km를 돌파할 수 있느냐가 주된 관심거리였다. 

영국 정부와 다수 기업의 후원으로 시작한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예산 부족으로 중단 위기였다. 목표로 설정했던 시속 1600km 주행까지 약 2500만파운드(약 37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단 위기였던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영국 사업가 이안 워허스트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며 최근 기사회생했다. 프로젝트를 이끌 법인인 ‘블러드하운드 LSR’를 설립한 이안 워허스트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남아프리카 소금사막으로 차량을 가져가 시속 500~600마일(800~965km)로 주행테스트를 진행한 뒤 다시 영국에서 시속 1000마일을 돌파할 수 있는 설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주행테스트를 끝내고 내년 시속 1000마일 돌파 주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운전대는 최고 기록 보유자인 앤디 그린이 잡을 예정이다. 

블러드하운드에는 전투기 ‘유로파이터’에 탑재되는 롤스로이스의 제트엔진 ‘EJ200’과 글로벌 방위산업체 ‘Nammo’의 로켓 엔진이 장착된다. EJ200으로 시속 480km로 가속한 뒤 로켓을 점화해 시속 1609km까지 가속하는 게 목표다. 

엔지니어들의 가장 큰 난관은 공기 역학을 고려한 차량 디자인 설계다. 음속 장벽을 돌파할 때 차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해결한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약 200여개의 센서를 차량에 부착해 시속 500~600마일 주행테스트에서 얻은 공기역학 데이터를 분석, 음속 장벽을 돌파할 때 필요한 핸들링과 작동 방법을 터득한다는 목표다. 로켓을 장착할 수 있는 차량 뒤쪽 공간을 설계하는 것도 난제다. 이외에도 탄소 소재의 브레이크를 강력한 강철 소재로 바꾸고 목표 속도를 돌파한 뒤 차량 속도를 낮출 낙하산도 장착해야 한다. 

● 속속 현실화하는 하이퍼루프...유럽 최초로 프랑스에 시험 트랙 완공

지난 2월 말 프랑스 남부 툴루즈 인근 프랑카잘 공군기지에서는 유럽 첫 하이퍼루프 열차 시험 운행 트랙이 완공됐다. 미국 기업인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가 지난해 10월 실제 크기 하이퍼루프 세계 최초로 캡슐 시제품 ‘퀸테로 원’을 공개한 뒤 이번에는 프랑스에 시험 운행 트랙까지 완공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10일 LA 인근에서 하이퍼루트 터널을 공개하기도 했다. 

HTT의 하이퍼루프 실제 캡슐 ′퀸테로 원′. HTT 홈페이지 제공.

하이퍼루프 트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5월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이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첫 시험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미국 기업이 사업화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이 시험 운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HTT의 뒤를 이어 캐나다 기업 ‘트랜스포드’가 역시 프랑스에서 트랙 개발을 시도하고 영국과 네덜란드에도 관련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이론적으로 음속에 가까운 최대 시속 1224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열차다. 자기장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 자기부상열차가 공기가 거의 없는 ‘아진공(진공에 가까움)’ 상태로 만든 지름 3.5m의 터널을 날아가는 방식이다. 공기의 저항과 마찰 저항을 없애기 위해 진공 터널 내에서 지상에서 살짝 띄운 상태로 운행하는 개념의 열차가 바로 하이퍼루프 시스템이다.

하이퍼루프의 열차에는 영구전류가 통하는 초전도 전자석이 탑재된다. 터널의 바닥에는 열차에 장착된 자석과 자기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든다. 서로 같은 극끼리 밀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HTT는 지난달 완공한 프랑스 시험 운행 트랙에 ‘퀸테로 원’을 가져가 오는 4월부터 사람과 화물을 탑승시킨 채 시험 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음속과 유사한 속도로 움직이는 하이퍼루는 공학적으로 안정적인 거동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아진공 상태로 운행하기 때문에 음속 장벽은 거의 없지만 최고 속도에서도 열차가 흔들리지 않도록 시험 운행을 통해 최적의 설계와 운영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