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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로봇 투입해 '녹은 핵연료' 물질 조사

호국영인 2019. 2. 12. 14:16

후쿠시마 원전, 로봇 투입해 '녹은 핵연료' 물질 조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오는 13일 새 핵연료 검사 로봇을 투입해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격납용기에 녹아있는 핵연료 추정물질을 조사할 계획이다. 제거 또는 회수를 위한 표본을 채취하기 앞서 이 물질의 물리적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발전소 측은 로봇을 11미터의 긴 호스와 연결해 핵연료 추정물질이 있는 격납용기 바닥에 투입할 예정이다. 로봇에 달린 집게를 이용해 물질을 만지는 식이다. 이 로봇은 후쿠시마 발전소의 원자로를 개발한 도시바가 이달 초 처음 공개했다. 몸체 길이는 약 30cm이며 집게 외에도 방사선량계와 온도계, LED 조명, 카메라 등으로 이뤄졌다. 무게는 1kg이 안 된다.

도시바 측은 "폐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녹은) 핵연료의 조각을 제거하는 부분"이라며 "이번 조사가 이 부분에 필요한 적절한 장비와 기술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사에 투입될 로봇과 관련해서는 "집게가 최대 8cm, 2kg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시바가 공개한 핵연료 검사 로봇. /도시바

후쿠시마 발전소의 3개 원자로에서는 2011년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주요 냉각 체계가 망가진 뒤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노심용융은 원자로가 담긴 압력용기 안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중심부인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을 뜻한다. 노심용융이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된다. 녹은 핵연료와 냉각재가 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발전소는 지난해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바닥 곳곳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로 추정되는 퇴적물이 40~50cm 높이로 쌓여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2017년에는 제1원전 3호기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녹은 흔적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 핵연료가 퍼져있는 위치와 내용물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발전소는 올해 안으로 제1원전 1호기 원자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내부에 핵연료로 추정되는 물질이 녹아 쌓여있다. /도쿄전력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 3월까지 최소 1개 원자로에서 녹은 핵연료 조각을 모두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까지는 찾은 핵연료 조각을 회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발전소 폐로에 약 30~4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