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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교민 "물도 전기도 끊겨..교민 주택 100여채 파손"

호국영인 2018. 10. 27. 06:31

사이판 교민 "물도 전기도 끊겨..교민 주택 100여채 파손"


초강력 태풍 '위투(Yutu)'가 강타한 사이판의 교민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교민은 "미국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응팀이 꾸려진다"면서도 "사우델로르 태풍 당시 외국인 피해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번 위투 태풍에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발이 묶여 국내에서도 사이판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진 것 같은데, 관광객들이 군용기 등을 이용해 다 빠져나가고 나면 교민들 사정은 금세 잊혀질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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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거주 교민 "이런 태풍 살다 살다 처음"
쓰러진 전신주 300여개, 전선들 뒤엉켜 위험
물 공급 중단.."빗물 탱크와 배관 대부분 손상"
"함석 집 형체도 없이 사라진 경우 부지기수"
콘크리트 집도 창문 깨지면서 비바람 들이쳐
"교민 집 4채 파손? 적어도 수십채 완파·반파"
"대략 100채 넘어 직접 피해 본 교민 수백명"
美정부 구제서 교민들 배제 우려..대책 필요
"관광객 다 귀국하면 교민 사정은 곧 잊힐 것"
【서울=뉴시스】슈퍼태풍 '위투(Yutu)'가 사이판을 강타하며 현지 교민들이 거주하는 가옥도 여러 채가 파손됐다. 사진은 현지 주민이 직접 찍어 뉴시스에 제공한 것이다. 2018.10.26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초강력 태풍 '위투(Yutu)'가 강타한 사이판의 교민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가운데 재건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투가 사이판이 있는 북마리아나 제도에 진입한 지 하루 만인 26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전신주 300여대가 넘어졌고, 넘어지지 않은 전신주도 기울어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도로에는 넘어진 전신주와 전선이 뒤엉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변압기도 다수 손상돼 전기가 끊겼다.

물 공급 역시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교민은 "사이판은 물 공급에 상수도와 빗물을 함께 이용한다"며 "빗물 탱크와 배관이 온전하면 버틸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상한 상태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시스에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지난 2015년 사이판에 태풍 사우델로르가 닥쳤을 때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교민들은 말한다. 2015년의 경우 사이판 전체에 전기가 복구되는 데 두 달 이상이 소요됐고, 상수도가 공급되는 데에는 한 달 넘게 걸렸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더 걸린 곳도 있어 이번엔 물과 전기 공급이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이판에만 30년 넘게 살았다는 한 교민은 "이런 태풍은 살다 살다 처음"이라며 "(태풍이 들이닥친) 그날 밤은 공포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슈퍼태풍 '위투(Yutu)'가 사이판을 강타하며 현지 교민들이 거주하는 가옥도 여러 채가 파손됐다. 사진은 현지 주민이 직접 찍어 뉴시스에 제공한 것이다. 2018.10.26

특히 함석으로 된 주택 및 주택 구조물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강한 바람에 함석 지붕이 날아가 버린 상황도 관측되고 있다.

한국 교민들은 주로 콘크리트 슬래브로 된 아파트나 단독 주택에 거주한다. 그러나 함석 구조물을 추가한 경우가 많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콘크리트 집 역시 창문이 깨지면서 비바람이 들이쳐 재산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은 "함석으로 된 집은 형체도 없이 사라진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교민 중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이 살 곳을 잃은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뉴시스에 보내온 사진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내 언론들이 교민 2000여명의 주택 중 4채가 파손됐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는 "적게 잡아도 교민들 가옥 수십채가 완파되거나 반파됐다"며 "대략 100채가 넘는 집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직접 피해를 입은 교민이 수백명에 달해 교민사회 영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슈퍼태풍 '위투(Yutu)'가 사이판을 강타하며 현지 교민들이 거주하는 가옥도 여러 채가 파손됐다. 사진은 현지 주민이 직접 찍어 뉴시스에 제공한 것이다. 2018.10.26

특히 폐쇄된 사이판 공항의 관제탑 등 핵심 기능 손상이 심해 내달 말까지 항공기 운항이 어려워 물자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교민은 "모두에게 당분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현지 영사 협력원과 한인회를 통해 교민 및 여행객의 피해와 공항 재개 여부 등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외교부는 사이판 공항 재개가 늦어질 경우 오는 27일 군 수송기 1대를 파견해 여행객의 신속한 귀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민들은 미국 정부의 구제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교민은 "미국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응팀이 꾸려진다"면서도 "사우델로르 태풍 당시 외국인 피해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 시민권자들에게만 혜택을 준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일처리가 된다면 한국 교민 중 비이민 비자 상태로 있는 사람들이 큰 손실을 입고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슈퍼태풍 '위투(Yutu)'가 사이판을 강타하며 현지 교민들이 거주하는 가옥도 여러 채가 파손됐다. 사진은 현지 주민이 직접 찍어 뉴시스에 제공한 것이다. 2018.10.26

그는 또 "이번 위투 태풍에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발이 묶여 국내에서도 사이판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진 것 같은데, 관광객들이 군용기 등을 이용해 다 빠져나가고 나면 교민들 사정은 금세 잊혀질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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