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도 오지 않는 가족'..추석 양로원엔 적막감만
추석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화기애애해야 할 24일, 제주시내 한 양로원 장내는 깊은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김모(76) 할아버지의 1평 남짓한 방에는 이 곳 양로원에서 나눠준 추석 음식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양로원엔 시끌벅적한 추석 TV 프로그램 소리만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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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김모(76) 할아버지의 1평 남짓한 방에는 이 곳 양로원에서 나눠준 추석 음식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혹시 손님이 찾아올지 몰라 먹지 않고 그냥 놔뒀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의 유일한 가족은 딸 하나다. 하지만 11년 전 딸이 결혼한 이후로 왕래가 끊겼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딸이 연락처를 바꾸면서 연락두절 됐다"며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힘없이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아내는 딸이 세 살이 되던 해에 집을 나갔다. 그때 이후로 김 할아버지는 홀로 딸을 키우기 위해 발버둥 쳤다. 육지와 제주를 오가며 물건을 떼다 팔고, 농사를 지으며 딸을 대학까지 보냈다.
김 할아버지는 "추석인데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보고 싶다"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할아버지의 침대 곁에는 딸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첩이 놓여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만 머물 수 있는 이 양로원에는 현재 43명이 머물고 있다. 한두 노인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식들이 있지만, 이번 추석에는 2~3명의 노인 빼고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가족들이 찾아오더라도 그 만남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다리던 시간에 비해 짧았다.
한 할머니의 딸은 할머니를 점심시간에 모시고 밖에 나갔다가 1시간 만에 돌아왔다. 그 딸은 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일 때문에 너무 바쁘니깐 당분간 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며 무심히 돌아섰다.
10년 넘게 이곳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한 직원은 취재진에게 "몇몇 자녀들 빼고는 대부분이 처음에는 자주 찾아오다가 점점 뜸해진다"며 "나중엔 아예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다들 살기 바쁘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르신들 생신 때나 명절 때 아무런 연락이 없는 자녀들을 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때가 많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특히 이번 추석에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자원봉사단체 한 팀도 오지 않았다.
양로원의 또 다른 직원은 "지난 명절에는 자원봉사단체에서 양말 한 켤레라도 어르신들을 위해 가져왔는데 요즘 불경기라 그런지 이번 추석엔 아무도 찾지 않았다"며 "쓸쓸한 추석"이라고 말했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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