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 캐다가 命이 짧아질 판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5분쯤 울릉도 서면 산막마을 인근 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던 주민 강모(63)씨는 가파른 언덕에서 발을 헛디뎌 10m 아래로 추락했다.
울릉도 주민 박모(30)씨는 "명이가 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봄부터 채취했는데 요즘엔 하루 15㎏ 채우기도 어렵다"며 "예전엔 명이가 흔해서 하루 50㎏도 쉬웠다는데 지금은 발길 닿는 곳은 명이가 다 없어졌다"고 했다.
-울릉도 명이 귀하신 몸
5년 전 kg당 1만5000원, 지금은 2만5000원으로
1일 허가량 20kg 채우면 하루 수십만원 벌이
-채취하려 절벽 오르기도
市販 명이 90%가 중국산
자연산 귀해지자 어린 명이 뿌리째 캐기도
7년간 채취하다 10명 사망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5분쯤 울릉도 서면 산막마을 인근 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던 주민 강모(63)씨는 가파른 언덕에서 발을 헛디뎌 10m 아래로 추락했다. 강씨는 이웃 천모(66)씨와 함께 나물을 찾으러 험준한 산악지대까지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강씨는 떨어지면서 바위 등에 부딪혀 팔다리가 부러지고 머리 출혈의 큰 부상을 입었다. 추락한 곳은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워 구조 헬기가 필요한 곳이었다. 강씨가 찾던 나물은 '명이'였다.
명이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정식 명칭은 산마늘이다. 옛날 울릉도로 건너간 사람들이 긴 겨울 동안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산에 올라가 눈을 헤치고 이 산마늘 잎을 따다 삶아 먹고 명(命)을 이었다고 해서 울릉도 사람들이 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시베리아, 중국, 한국, 일본 등에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평창 오대산과 설악산 등 강원도 고산지나 울릉도가 생육 조건에 맞다. 울릉도 주민과 울릉도 출신 경북 사람들이 쌈채소나 장아찌로 먹던 명이는 최근 삼겹살과 궁합이 맞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국내 산마늘은 오대산산(産)과 울릉도산으로 나뉘는데 명이로 더 잘 알려진 울릉도산 산마늘이 더 인기다. 국산 산마늘과 수입 산마늘을 함께 유통하는 윤성근(56) 독도무역 대표는 "고깃집을 비롯해 밥상에 오르는 명이의 90%는 중국산인데 3년 전과 비교해 중국산 가격도 3배 이상 올랐다"며 "품질 관리가 철저한 수입품도 있지만 가격을 낮추려고 제대로 절이지 않은 명이도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마늘 잎은 생채로도 유통되지만 중국산은 대개 소금에 절인 채 들여온다.
2012년 ㎏당 1만5000원 정도였던 울릉도 자연산 명이 생채는 현재 2만5000원으로 크게 오른 값에 거래된다. 1일 채취 허가량인 20㎏을 채우면 하루에 수십만원 벌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봄철에는 생업을 뒤로하고 명이 채취에 나서는 울릉도 주민들이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산 명이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울릉도 주민 박모(30)씨는 "명이가 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봄부터 채취했는데 요즘엔 하루 15㎏ 채우기도 어렵다"며 "예전엔 명이가 흔해서 하루 50㎏도 쉬웠다는데 지금은 발길 닿는 곳은 명이가 다 없어졌다"고 했다. 자연산 명이가 품귀되다시피 하자 다 자라지 않은 명이를 뿌리째 캐가는 얌체족도 생겼다. 보통 5년 이상 된 명이의 잎사귀를 잘라내면 2년 정도 후 다시 채취가 가능하다. 이것을 독차지하려고 명이를 캐내 개인 밭에 옮겨 심는 것이다. 지난달 16일에도 울릉도 북면 나리분지 근처에서 명이 4600여 포기(700만원 상당)를 캔 주민 2명이 단속에 적발됐다.
5년째 봄마다 명이를 채취하는 민동훈(42)씨는 "20㎏을 채우려면 험한 지역까지 가게 된다"며 "일흔 넘은 노인들이 안전 장비도 없이 절벽으로 가는 걸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채취 허가를 발급하는 울릉국유림사업소 측은 "안전 교육 이수를 허가 기준에 반영하고 2인 이상 동반 입산을 의무화했지만, 채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고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울릉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명이를 따다가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0명이다. 부상자 수는 50명에 달한다. 울릉도 주민들 사이에선 "섬 사람들 목숨을 구했던 명이가 이제는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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