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2녀 양육 쉽잖지만 돈 빼곤 모든 면에서 행복해요"
“첫째부터 일곱째 막내까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남매들이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을 보면 천만금을 가진 부자가 부럽지 않습니다.”
아이를 좋아해 1999년부터 5남 2녀를 낳아 군에서 가장 많은 자녀를 둔 육군기계화학교 온은신(45) 상사는 “자녀들이 우애 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누구보다 행복하다”며 “경제적으론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삶 자체가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 마을에서 이웃사촌으로 자란 온 상사와 아내 김민정(38) 씨는 지난 1992년 온 상사가 입대한 뒤 교제를 시작해 장인어른의 반대에도 불구, 1999년 혼인신고만 하고 식도 못 올린 채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넷째 아이가 태어난 뒤인 2008년에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자녀가 많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9명의 대식구가 살기에 군인아파트는 너무 비좁았다. 아내 김 씨는 “아이들이 두 명일 때까지는 15평형 관사에서 살았고 아이들이 더 늘어 24평형 아파트에서도 살았다”면서 “기계화학교로 옮기면서 부대에서 다자녀 가족을 위해 30평대 군인아파트를 지원해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잠실운동장”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가족은 이사를 하게 되면 언제나 1층을 신청한다. 2층 이상에서 살면 아무리 조심을 해도 아래층에 소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온 상사는 식구 9명과 짐까지 실을 차를 구하지 못해 지금까지 차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이들 가족은 어디를 가든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시외버스를 탈 때는 많은 식구가 차비를 계산하느라 버스가 정류장에 5분 이상 머무는 것이 다반사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놀이공원도 가지 못한다. 넓은 장소에서 아이들을 모두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은 명절에 고향 가는 것이 유일하고, 외식은 인원 수 때문에 주로 부대 복지회관을 이용한다. 온 상사는 “놀이공원이나 가족여행은 못 가지만 항상 우애 넘치고 아빠와 엄마를 이해해 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며 “이번 어린이날에는 큰맘 먹고 아이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서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말했다. 온 상사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팍팍한 삶 속에 우리가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다자녀 가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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