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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줄고, 천적은 늘고..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비명

호국영인 2014. 3. 24. 05:15

먹이는 줄고, 천적은 늘고..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비명

서해 백령도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이 위기에 처했다. 환경 파괴로 먹이가 부족해진 바다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천적까지 늘어나 점박이물범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은 지난해 12월 말 펴낸 '2013년 백령도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오징어 등 어류가 북상하면서 점박이물범이 오징어-상괭이-백상아리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 끼어들게 돼 피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토종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가 먹이를 쫓아 북상해 백령도 근해까지 접근하고, 상괭이를 먹이로 삼는 백상아리도 함께 따라와 점박이물범까지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점박이물범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생태계의 변화를 새롭게 포착한 것이다

백령도 연봉바위 주변 바다에서 점박이물범이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뛰어올라 울부짖고 있다.
원래 백상아리의 북상한계선은 태안반도 정도였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백령도 근해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서해의 군산~태안 사이에 서식했던 상괭이도 이 지역까지 북상한 상태다. 한강청 연구진은 2011년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아 등에 상처가 남아있는 물범을 촬영했고, 백령도 주민들도 백상아리가 점박이물범을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식 저인망 조업으로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도 점박이물범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점박이물범의 먹이자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령도의 2010~2012년 수산물 통계를 보면 어획량은 1620t에서 746t까지 줄어들었다. 점박이물범 조사에 참여한 서정대 진종구 교수는 "2012년 가을 풍랑주의보로 백령도 어민들이 조업을 중단했을 때도 중국 어선들은 새까맣게 근해를 뒤덮고 있었다"며 중국 어선들의 저인망식 불법 어획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강청은 "중국 웨이보가 출처인 사진에 호텔 수조에 갇혀 식용으로 사용되려는 점박이물범이 나온다"며 중국 내에서 상당수가 식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환경 파괴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 어선이 아무렇게나 버린 폐그물들이 서해5도로 유입돼 그물에 걸린 죽은 개체들이 나오고 있고, 점박이물범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물범들이 생태관광 명목으로 백령도 북동쪽 물범바위에 접근하는 선박을 피해 다른 해역으로 쫓겨갈 가능성도 있어 학술조사 외의 선박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상아리의 공격으로 등에 상처(하얀 선 부분)를 입은 점박이물범.

현재 물범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진 교수는 어린 개체 수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전한다. 그는 "2012년 6월 조사에서는 62마리 중 8마리(12.9%)가 어린 개체였으나 2013년 5월에는 52마리 중 3마리(5.8%)만 어린 개체로 확인됐다"며 "어린 개체 수의 비율이 줄어든 것은 안정적인 개체 수 유지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 개체들은 중국 어선의 저인망을 피하지 못해 잡혀갈 위험이 크고, 백상아리가 보기에도 쉬운 사냥감이 된다.
전문가들은 한강청이 매년 발표하는 개체 수만으로 점박이물범이 크게 줄었다거나 늘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장기적인 추세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주변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물범의 관찰이 어려운 점과 기상 조건이 악화되면 아예 특정 지역은 관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강청이 2013년 10월에 실시한 추계 모니터링에서는 물범바위 해역에서 57마리, 연봉바위 일대에서 37마리 등 모두 94마리가 관찰됐다. 2011년 11월 182마리가 관찰됐던 것보다 크게 줄었지만 2010년 11월 74마리보다는 다소 늘어난 숫자다. 2012년에는 기상 악화로 인해 연봉바위 해역을 관찰하지 못한 탓에 물범바위 인근에서만 22마리가 확인된 바 있다. 조사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해양동물이지만, 생존 환경이 박해지고 숫자도 점점 줄고 있다는 방향에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