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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호국영인 2013. 12. 20. 08:26

 

'도'를 아십니까

국립중앙박물관 '한국 도교문화전'…일월오봉도 등 첫선
고고·역사·민속 망라, 우리 삶에 깃든 도교의 흔적 찾아


"비나이다 비나이다 칠성님전 비나이다. 우리나라 국태민안, 우리부모 수복강녕, 우리자식 과거급제. 옥황상제, 태상노군, 관성제군, 문창제군, 후토용신, 성황신, 조왕신… 굽어살피소서." 새벽마다 정한수 떠놓고 일월성신 축수하고, 절기따라 용왕신, 성황신, 조왕신, 측신에게 치성드리던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여는 기획전 '한국의 도교문화, 행복으로 가는 길'(내년 3월2일까지)에 가면 미신으로 치부되어 일상에서 말끔하게 사라진 비나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도교와 관련돼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전시에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국립부여박물관), 김홍도 필 군선도(국보 제139호, 삼성미술관 리움)가 최장기 전시된다. 앞뒤로 일월오봉도와 해반도도가 그려진 궁중화, 초주갑인자본 <주역참동계> 등이 처음으로 선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러나 도교라는 틀로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에 담긴 도교 전통의 맥을 만나볼 수 있다.

기획전은 몇가지 점에서 각별하다. 유교, 불교 위주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민간으로 내려앉은 도교에 처음으로 눈길을 돌린 것. 도교라는 하나의 주제로 고고, 역사, 민속 등 전분야를 아우른 것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10년 박물관에 고고역사부가 신설된지 3년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면서 세분된 분야를 융합할 바탕이 마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공들인 전시가 무료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오래 전부터 유불선 삼교가 솥발처럼 우리의 삶을 위아래로 모두 관장했다. 나라에서도 고려 때부터 도교의 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하지만 도교는 불교 교단이나 유림처럼 세력을 만들지 못하여 민간으로 전승됐을 뿐이다. 특히 성리학을 받들던 조선은 도교를 이단시하여 임진왜란 이후 도교의 제사를 관장하던 소격서를 폐지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자리잡은 소격동은 그 자취다. 하지만 도교는 불교와 무속으로 스며들어 형식을 바꾼 채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바라마지 않는 현세의 수복강녕과 불로불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과 물은 원초적인 신성. 일상에 들어와 성수신, 후토, 용신이 되었다. 조선중기까지 소격전(서)에서 재초의식(도교의 신께 제사함)을 한 것, 별자리를 새긴 유골함에 장사 지내기, 묘지를 쓰면서 땅의 신한테 비용을 지불하거나 건물을 지으면서 이들한테 공양하는 일, 바다와 연못과 우물의 용왕한테 인신공양을 하는 일 등이 그런 유습이다.

자연숭배는 노자를 만나 도가를 이루고 도교로 확장되었다. 주 황실의 도서관 사서였다는 노자가 쇠퇴하는 주나라를 떠나며 5000여자로 남긴 <도덕경>이 가르침이 되고 노자는 태상노군이라는 신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태상노군 위에 옥황상제를 모셔들이고, 아래로는 신선들을 초빙하여 불로불사의 이상향인 곤륜산, 삼신산에 살게 했다. 곤륜산에는 서왕모가 사는데 불로장생 복숭아(반도)가 열리는 3000년마다 잔치를 연다. 진시황은 삼신상 중 하나인 봉래산으로 영약을 찾아 선남선녀 3000명을 보냈다. 삼신산은 백제
궁남지, 경주 안압지, 백제금동대향로, 산수무늬 전돌 등에 나타난다. 명산대천 바위에 새겨진 'OO동천' 따위는 조선의 선비들이 꿈꾼 별천지다.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양생술이 필요한 법. 복이(불사약 복용), 벽곡(곡식류 안먹음), 복기(
복식호흡), 방중(남녀교합 절제), 내관(몸 안의 신과 소통) 등이 그것이다. 김가기, 최승우, 승려 자혜 등이 우리나라 내단 수련의 뿌리를 이루며 무덤과 탑에서 나오는 향로, 돌절구, 황금, 백은, 오옥, 주사, 운모 등은 그 자취다. 집기가물에도 꿈이 반영되었으니, 구중궁궐에는 일월오봉도, 해반도가, 사대부의 문방에는 복숭아 연적, 신선도, 십장생 담배합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에게 당키나 한가. 관우사당, 성황당에서 비손하고 당사주나 보는 것이니 흔적으로 남을 것은 적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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