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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흔적, 남겨진 기억

호국영인 2012. 6. 15. 02:07

 

지워진 흔적, 남겨진 기억...

 

한 장의 사진이 가진 힘이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속에서도 여전히 크다.

돌 잔치, 입학식과 졸업식,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여행지 혹은 결혼식 장에서든

좋은 일에는 늘 사진이 빠지지 않는다. 여기, 이 이미지에 주목해보자.


얼핏 보면 유화로 그린 추상화 같기도 하지만, 이것은 지난 2월에서 3월 도쿄 니시아자부의 아카아카 갤러리(AKAAKA Gallery)에서 열린 「Lost and Found Project」에 전시된 사진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 피해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다. 누가 찍었는지, 누구의 것인지, 어떤 것이 찍혔는지는 알아볼 수가 없다. 쓰나미의 위력은 추억이 담긴 ‘사진’을 마치 어떤 것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추상화 같은 ‘그림’으로 바꿔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로스트 앤 파운드 프로젝트는 지난 4월 뉴욕의 애퍼처 파운데이션(Aperture Foundation) 갤러리, 로스 앤젤레스의 히로시 와타나베 갤러리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전시된 사진들은 2011년 3월 11일 전까지는 누군가의 집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다.  쓰나미가 할퀴고 간 마을에서 사람을 구하고, 무너진 목재와 같은 큰 자재들을 분류하던 작업 대원들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사진들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모인 사진들은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세척작업과 분류 작업을 거쳐, 비교적 상태가 좋은 사진은「The Project SALVAGE Memory」의 아카이브를 통해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전시된 사진들은 주인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거나, 사진의 주인이 전시 기획에 공감하여 기증한 것들이다.

사진을 보니 정확히 무어라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있었다. 혹자는 이 감정을 안타까움, 쓸쓸함, 그리움, 혹은 그것을 아우르는 무언가의 감정이라 말할 것이다. 프로젝트 주최자인 사진가 다카하시 무네마사 (高橋宗正)는 이것을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흔적이나 기운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살아갈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의미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프로젝트의 운영은 미야기현 야마모토 마을에서 재해 사진을 세척/선별하는 활동 등을 펼치고 있는 일본 사회 정보학회 재해 정보 지원 팀과 현지에서 가설주택의 지원활동 등을 벌이고 있는 NPO유니후리미야기가 함께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의 협력, 전시회장과 인터넷을 통한 모금활동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포스터는 3종류로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각 15달러로 인터넷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 감동을 또 다른 에너지로 순환시키는 일이다. 넘치는 정보들을 어떤 기준으로 기획해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로스트 앤 파운드 프로젝트는 사진의 힘에 기준을 두고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담긴 추억의 아름다움은 쓰나미의 아픔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재해 현장에서 나온 2000만톤이 넘는 쓰레기들은 결국은 누군가의 보금자리였고 추억이었다는 것을 수많은 사진들을 보며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슬픔을 느껴야 할지 감동을 느껴야 할 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선 이 사진들을 주목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기억하려고 했던 장면,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한순간. 흔적은 지워져도 기억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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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가 기억하려고 했던 장면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한순간

                  흔적은 지워져도 기억은 남네요.

                  쓰나미로 찌져지고 지워지고 얼룩졌고 또한

                  사진속에 주인공은 찾아 볼수가 없지만

                  그들이 웃고 울며 영화의 주인공처럼 찍었지만

                  다시는 올수가 없는 곳으로 가버린 그들...

                  마음이 아프네요.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