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소개방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제가 축구선수인지가 중요한가요?"
호국영인
2019. 1. 3. 11:10
[엠스플 인터뷰]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제가 축구선수인지가 중요한가요?"
-호텔 로비에서 쓰러진 남성 구한 축구선수 배승진
- 목격자 “응급구조요원인 줄 알았다. 빠른 대처 덕분에 한 생명 살려”
- 배승진 “신병 훈련소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덕분”
- “왜 축구선수인지 알리지 않았냐고? 사람 구하는 게 중요하지, 내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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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어떻게든 살려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했을 겁니다. 이건 자랑할 일도, 어디 내세울 일도 아닙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한 것에 불과합니다.”
살을 에는 강추위가 찾아왔다. 그러나 추위를 달랠 '핫팩' 같은 미담으로 축구계는 훈훈하기만 하다. 미담의 주인공은 일본 J2리그 요코하마 FC에서 활약 중인 배승진이다.
배승진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의 모 호텔 로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한 남성을 구했다. 배승진의 지인이 엠스플뉴스에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이 미담은 배승진이 원했던 바와 같이 '개인의 추억'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2007년 J2리그 요코하마 FC에서 프로에 데뷔한 배승진은 자스파구사츠 군마, 도쿠시마 보르티스 등을 거친 뒤 2014년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K리그에서 활약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엔 성남 FC에서 2017년 주장으로 뛰고서 지난해 친정팀 요코하마로 복귀했다.
배승진은 지난해 12월 16일 아내 최소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미담의 주인공 배승진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신병 훈련소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덕분에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결혼 소식이 들렸습니다.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습니까.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웃음).
신혼여행 떠나는 날, 갑작스러운 일과 마주쳤는데요.
지난해 12월 17일이 신혼여행 출발일이었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손발이 떨려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겁니까.
결혼식 끝나고, 호텔에서 하루 잔 다음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거든요. 호텔 로비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제 옆에 있던 남성분이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괜찮으세요?" 물었는데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오히려 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멈춰지는데.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했어요.
심폐소생술은 어디서 배운 겁니까.
신병 훈련소요. 저도 모르게 그때 배운 기억이 나더라고요. 호텔 직원들한테 "빨리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하고서 계속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살면서 심폐소생술을 한 게 그때가 처음 아닙니까.
그렇죠.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무서웠어요. 자동심장충격기를 들었을 땐 더 무섭더라고요.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남성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겁니까.
3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상태가 안 좋더라고요. 마침 호텔 직원분이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오셔서 그걸 활용했어요. 다행히 사용 설명이 잘 적혀있더라고요. 침착하게 순서대로 따라 했습니다.
결과가 어땠습니까.
자동심장충격기 덕분인지 깨셨어요. 휴우-. 정말 다행이었어요. 남성분이 쓰러졌을 때 주변 사람들이 선뜻 나서질 못하더라고요. 만약 그분들처럼 저 역시 지켜보기만 했다면 평생 후회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군요.
당연하죠.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했을 거에요. 모두에게 소중한 생명이니잖아요. 이제 한 번 경험했으니 더 잘할 자신 있습니다(웃음).
“왜 축구선수인지 알리지 않았냐고? 사람 구하는 게 중요하지, 내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한가”
남성을 취재해 보니 자신을 구한 사람이 ‘축구 선수’라는 걸 전혀 모르더군요.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알릴 이유도 없었고. 사람 살리는 게 중요하지, 제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 뒤 '고맙다'는 연락이 왔습니까.
그럼요.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제서야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분께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는데 제가 되레 건강하게 기운 차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지난해 들었던 ‘감사하단’ 말 가운데 가장 뿌듯하고, 좋았습니다(웃음).
결혼도 하고, 꺼져가는 한 생명도 살렸습니다. 2019년이 어느 해보다 기대되는데요.
정말 큰 선물을 받았어요. 우리 부부도 행복하게 결혼생활하고, 남성분도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론 경기장에서 팬들께 더 좋은 활약 보일 수 있도록 올 시즌 잘 준비 잘하겠습니다(웃음). 축구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찬웅 기자 pcw0209@mbcplus.com